[모빌리티포럼] 전기차 수출 비관세 장벽 대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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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프랑스는 작년까지 전기차를 운행할 때 배출하는 탄소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했다. 올해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개편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산정해 환경 점수를 매기고 이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전기차에 필요한 철강, 알루미늄, 배터리 같은 소재를 생산하는데 배출되는 탄소뿐만 아니라 조립과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도 포함해 환경 점수를 산정한다. 이에 따라 전기차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얼마나 친환경적인가가 중요한 요인이 됐다.

또한 판매지와 생산지 간 지리적 인접성 또한 중요한 요소다. 프랑스를 비롯한 EU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생산 비중이 높고 지리적으로도 서로 인접해 프랑스 정부가 제공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에 유리하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이 전기차 생산에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낮고 장거리 운송을 해야 수출이 가능한 국가들은 프랑스 정부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졌다.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준 변경으로 프랑스 자국과 EU 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됐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역 국가들의 전기차 수출에 대해선 명백한 비관세적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같은 기준 변경으로 작년까지 수혜 대상이었던 차종이 올해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됐다.

차량의 환경 점수를 안내하는 프랑스 정부 누리집에서 확인한 결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으로 검색되는 전기차 브랜드는 모두 456종이며 대다수가 프랑스 또는 EU산 전기차다. 작년까지 프랑스에서 팔리는 한국 전기차는 현대의 코나, 기아의 니로와 쏘울이 있었다. 현재 환경 점수를 충족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한국 전기차는 현대의 코나 2종류뿐이다.

미국은 작년 8월 의회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에 대해 세액 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를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IRA를 통해 전기차를 그만큼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세액 공제의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도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것을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100% 세액 공제가 가능한 전기차는 22개 차종이다. 까다로운 배터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50%만 공제받는 차량이 11개 차종이다. 여기에 한국 전기차는 단 한 개의 차종도 포함되지 않는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 차에 탑재한 배터리가 IRA 기준에 미치지 못해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한다. 프랑스의 보조금 개편과 유사하게 미국의 IRA 또한 전기차 수출의 비관세적 장벽으로 이용된 것이다.

비관세적 장벽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더욱 절실하고 급박해졌다. 선진국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과정의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한 기술 개발을 가속할 필요가 있고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자원을 활용한 생산을 강화해 환경규제를 준수하는 전기차 생산기반을 갖춰야 한다. 전기차 시장을 다변화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특히 새롭게 성장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규제에 막힌 수출은 단순히 경제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RE100과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환경규제에 대비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 또한 환경적으로 효과적이면서 한국 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재검토돼야 한다.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youngkim@ko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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