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심뇌혈관질환 발생 규모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전국구 발생 규모와 추이를 파악할 방법이 제시돼 국가 차원 감시 시스템 구축에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은 김태정 중환자의학과·신경과 교수,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포함해 고려대 의대 의학통계학교실, 대한뇌졸중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예방의학회가 공동으로 급성 뇌졸중 및 급성 심근경색 환자 발생 규모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은 국내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치명적 질환이다. 그러나 적절한 예방·관리를 실시하고 적시에 치료받으면 생존율을 향상할 수 있어 전국 어디서나 신속한 진단-이송-치료가 가능한 의료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질병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 임상과정에서 발생한 '보험청구 자료'를 활용해 뇌졸중 및 심근경색의 발생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은 뇌졸중 및 심근경색 ICD 코드를 받았던 의료기록을 △초급성기 치료 △CT·MRI·TFCA·CAG 검사 실시 여부 △입원 일수 △병원 내 사망 여부 등에 따라 분석해 실제 질병 발생 여부를 후향적으로 식별하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뇌졸중 관련 ICD 코드(I160-I164)가 있으나 초급성기 치료와 입원 중 급성기 치료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알고리즘은 이 케이스를 급성 뇌졸중 '음성'으로 분류해 발생 건수 집계에서 제외시킨다.
연구팀은 전국 6개 지역 18개 의료기관에서 수집한 의료기록 2200건을 대상으로 질병 발생을 직접 조사한 결과와 알고리즘으로 식별한 결과를 비교해 정확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급성 뇌졸중 알고리즘의 민감도는 94%, 특이도는 88%였다. 급성 심근경색 알고리즘의 민감도는 98%, 특이도는 90%로 나타났다.
이 알고리즘으로 추정한 2018년 연간 발생 건수(재발 포함)는 급성 뇌졸중 15만837건, 급성 심근경색 40만519건으로 급성 뇌졸중이 약 4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연구기간이 단축되고, 병원 출입이 제한되며 충분한 의료기록을 확보하기에 어려웠기 때문에 더 큰 표본과 넓은 범위의 병원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김태정 교수는 “알고리즘 분석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더욱 높이려면 자료 수집을 간소화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충분한 시간 동안 더 많은 병원의 사례를 조사하여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병원 심뇌혈관관리중앙지원단을 중심으로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진행됐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간하는 공중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오송 PHRP'에 게재됐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