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간 동업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다. 이견을 보였던 배당은 고려아연이, 정관 변경은 영풍의 의도대로 관철되며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고려아연은 19일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주총회는 75년간 동업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고려아연 대주주인 영풍의 표 대결 구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날 주주참여율은 90.31%에 달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2%를,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은 약 32%의 지분을 확보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배당 결의안과 정관 일부 변경안을 두고 표 대결을 펼쳤다. 고려아연은 △주당 5000원 결산 배당금 지급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 삭제 등을 의안으로 상정했다.
반면 영풍은 배당안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주당 배당금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 정관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1호 의안이었던 주당 5000원 결산 배당금 지급은 참석주주 62.74%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2-2호 의안이었던 현 정관 삭제는 53.02%의 찬성을 얻었지만 부결됐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약 7.8%의 지분을 보유하며 캐스팅보트로 주목받았던 국민연금은 배당안과 정관 변경안에 모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총회가 마무리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영풍은 주주총회 결과와 관련해 “많은 주주 들이 표를 모아 준 덕분에 주주권을 침해하는 현 경영진의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며 “최대주주인 영풍은 앞으로도 전체 주주의 권익 보호와 가치 제고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부결된 정관변경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명예회장이 1949년 공동 창업했다. 1974년에는 고려아연을 설립했으며 이후에는 장 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 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맡는 분리 경영을 해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