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R&D 예산 난맥상

이번주 '혁신선도형 연구개발(R&D)' 기구가 출범한다. 대통령실은 협의체에서 내년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했다. 증액 규모에는 '상한선'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과학기술계 20년 숙원인 대학원생 연구생활장학금(스타이펜드) 지원을 본격 시작하겠다”며 국가 R&D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석사는 매월 최소 80만원, 박사는 매월 최소 11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학 장학생도 확대하고, 장학금 규모도 1인당 연평균 2500만원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이전과 180도 바뀐 전향적인 태도다. 뒤늦게라도 R&D 예산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데,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불과 몇달전만 하더라도 정부는 초유의 R&D 예산 삭감을 강행했다. '카르텔 척파'를 명분으로 15%를 싹둑 잘랐다. 이후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이 추진하던 장기 프로젝트가 줄줄이 중단됐고,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중국 등 해외 연구소로 전직하는 일이 벌어졌다. 과학기술계에서 나오는 “정부가 병주고 약준다”는 반응이 이해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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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지난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대통령실은 올해 예산 삭감을 불기피한 '투자시스템의 개혁 과정'이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이 'R&D 카르텔'을 단시간에 척결할 만큼 명약으로 작용했는지, 아니면 부작용이 컸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차라리 그간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빠른 사과'가 연구계를 움직이지 않았을가 싶다. 이왕 예산을 확대하기로 한 상황에서, 올해 R&D 추경예산까지 추진한다면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한층 줄어들 수 있다.

더이상 R&D 예산 난맥상으로 뒷걸음치는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 아울러 내달 총선을 앞두고 나온 선심성 달래기 정책이 아니길 바란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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