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대표 오세진) 산하 코빗 리서치센터가 1월 홍콩 가상자산 업계를 탐방했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크립토 허브 홍콩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2022년 10월 홍콩 정부가 발표했던 '가상자산 발전에 관한 정책 선언' 이후 홍콩 가상자산 산업의 변화상을 파악하고자 홍콩 현지 가상자산 기업을 방문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홍콩이 글로벌 금융 허브가 된 배경을 시작으로 홍콩의 가상자산 산업 진흥 정책 현황 및 홍콩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접근 방식이 우리나라 가상자산 산업에 시사하는 바를 담았다.
홍콩은 19세기 영국 영토 시절부터 글로벌 주요 무역 및 금융 중개 지역으로 부상했다. 이에 영국은 홍콩에서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고 원활한 투자에 최적화된 규제를 갖추도록 만들었다. 이후 1997년에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됐음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졌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중개인 없는 가치 전달'이 핵심인 블록체인의 특성상 자본 거래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규율 체제를 갖춘 홍콩이 크립토 허브로서의 좋은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홍콩이 가상자산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로 한 터닝 포인트로서 지난 2022년 7월 개최된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을 꼽았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의 일국양제 체제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홍콩 정부는 새롭게 임명된 존 리 행정 장관이 같은 해 10월 '홍콩의 가상자산 발전에 관한 정책 선언'에서 가상자산 산업을 금융 산업에 포섭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이 경쟁력 있는 금융 허브로 성장하려면 가상자산 기술과의 접목이 필수라고 본 것이다.
홍콩은 가상자산 산업 활성화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중 라이선스 보유 의무를 규정했다. 지난해 2월 홍콩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 제공자(VATP·한국의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해당)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VATP는 증권선물시행령(SFO)과 자금세탁시행령(AMLO)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또한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VATP의 사업 허가 및 행정 관할권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증권 가상자산과 증권으로 간주하는 토큰 증권까지 모두 관할하기 때문에 소모적인 증권성 논쟁에서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아울러 코빗 리서치센터는 홍콩에서 올해 내 비트코인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 관련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지에서는 올해 2분기 상장을 목표로 SFC와 8곳의 신청 기업 간에 협상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SFC는 현물 ETF 운용사의 비트코인 거래를 VATP 라이선스가 있는 거래소에서만 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시 승인하지 않았던 현물 납부 발행·환매도 용인할 것으로 보여 미국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현재는 SFC가 VATP의 스테이블코인 거래지원을 막고 있으나 결국 인가받은 금융기관이 샌드박스에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달러를 대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홍콩 달러는 미국 달러에 페깅돼 있기에 홍콩 스테이블코인도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개척한 분야로 쉽게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끝으로 코빗 리서치센터는 홍콩 정부의 가상자산 산업 관련 정책 방향을 통해 한국에 △가상자산 유용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사회 지도층 내 공감대 형성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정비 △폐쇄적 금융규제에 대한 개혁 △포퓰리즘이 아닌 원칙에 따른 투자자 보호 등 4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