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 인하' 압박이 토종 OTT에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2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19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티빙과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5곳과 직접 만나 OTT 요금제와 관련된 회의를 열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OTT 정책 전반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가 사실상 구독료 인하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정부가 OTT 구독료 인하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OTT 업체가 줄줄이 구독료를 올리면서 '스트림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최근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했다. 넷플릭스도 계정 공유 단속에 나섰으며 국내 OTT 중 티빙도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밝히며 이달부터 기존 요금제를 약 20% 올렸다.
문제는 정부발 OTT 요금 압박이 결국 토종 OTT에만 적용될 개연성이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가 정부 협조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내 업체인 티빙과 웨이브, 왓챠에만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요금제 다양화 등 정부의 OTT 요금인하 압박이 글로벌 사업자한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자가 지속되는 국내 사업자만 역차별을 받게 돼 결국 토종 OTT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