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중립성 법제화 논쟁 가열…넷플릭스 한국상황 설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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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정부가 망중립성 규제 복원을 추진하자 현지 통신사(ISP)와 콘텐츠기업(CP)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통신사는 망중립성 규제가 자유로운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반면 넷플릭스는 망중립성이 없으면 인터넷 비용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며 한국사례를 인용했다. 국내 통신사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넷플릭스가 왜곡된 데이터로 세계 영향력이 높은 미국 정부를 움직이려 한다는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들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 복원 의견수렴 절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FCC는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망중립성 복원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지난해 5인 위원구성이 완료되자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현재 업계의견 수렴절차가 진행 중이다. 망중립성은 콘텐츠 종류에 따라 네트워크 품질을 차별해선 안된다는 원칙이다. 공화당은 망중립성 폐기, 민주당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통신사도 미국 망중립성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AT&T와 미국통신사업자연합회(US텔레콤) 등은 의견서를 통해 “망중립성 복원이 결국 통신사에 대한 규제로 작용하며,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품질 저하를 가져오는 방식으로 인터넷 자유를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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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의견서 중 한국시장상황 언급부분

넷플릭스는 CP 진영 대표주자로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논거로 든 한국 사례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은 망중립성에 위배되도록 통신사가 직접 CP에 데이터사용량에 따른 접속료를 부과하는 게 허용돼 있고, 인터넷상호접속제도의 발신과금 도입으로 인터넷 비용이 싱가포르 등 주요국에 비해 10배 비싸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는 비싼 인터넷 환경으로 구글 등 주요 해저케이블이 들어오려하지 않으며, 트위치는 철수하려 하고 인터넷속도는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사가 CP와 전용회선 계약을 체결해 속도·용량별 서비스를 제공할 순 있지만, 종량제방식의 상호접속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인터넷상호접속 제도는 통신사 규모별로 계위를 정하고 같은 계위간에는 1.8배 트래픽 범위 내에서는 무정산하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 계약이 사실상 무정산 체계로 운영돼 추가 비용을 유발하지 않는다. 기업간 비밀계약이지만 통신사 내부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용회선 비용은 지속 하락하고 있으며, 어떤 데이터도 한국 회선비용이 주요국에 비해 10배 비싸다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통신사 입장이다. 트위치 철수의 경우, 국내에서 잘못된 시장전략으로 수익화에 실패해놓고 사업철수 핑계를 망 이용대가에 돌리려 한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속도 역시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측정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

국내 통신사와 전문가들은 “한국을 망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 인터넷 후진국으로 묘사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왜곡된 데이터로 세계 규제 영향이 큰 FCC를 움직이려하는게 당황스럽다”고 주장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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