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막 업계, 북미 진출 '신중 모드'…대외 변수에 미뤄지는 투자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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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ET 직원이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IET)

국내 분리막 업체들의 북미 투자가 미뤄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서두르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여부에 따른 변동성과 북미 인건비 상승 등 각종 대외 변수로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주요 분리막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지난해까지 북미 공장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회사는 지난해 5월 실적 설명회에서 “지역 및 규모 등에 대해 충분한 내부 검토 이후 금년 중 의사결정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SKIET는 지난 2일 실적 발표에서 “충분한 수요 확보 후 현지화 타임라인을 고려해 연내 북미 투자 의사결정을 하겠다”며 발표 시점을 연기했다. 지난해 9월에는 올해 초에 북미 진출을 결정짓겠다고 밝혔는데, 시기가 연내로 한 차례 더 미뤄진 것이다.

분리막 전문 회사인 더블유씨피(WCP) 역시 북미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중 북미 진출 국가 및 지역을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최근에는 올해 상반기에 북미 최종 부지를 선정하고 내년 1분기 중 공식 발표를 하겠다고 확정 시기를 늦췄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해 화재를 방지하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다. SKIET는 SK온, WCP는 삼성SDI를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다. IRA 세부 지침에 따르면 분리막은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돼 북미에서 제조·조립이 이뤄져야 소비자가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분리막 북미 생산 비율은 올해 60%에서 오는 2029년에는 100%로 확대된다. 이에 SKIET와 WCP는 북미 분리막 생산 부지로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와 캐나다 등을 검토해왔다.

투자 필요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미국 투자가 미뤄지는 건 현지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비판하면서 IRA 폐기를 언급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IRA 존속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북미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북미 투자비 급증이라는 현실적 요인도 의사결정 연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미국 인건비와 자잿값 등이 급등, 기업의 투자 비용 부담이 늘었다. 미국 인건비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로 팬데믹 이전(2~3%)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분리막 업계 관계자는 “IRA가 발효된 지난 2022년 8월 이후 미국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 투자 비용이 50% 정도는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며 “분리막 업체의 북미 증설 당위성에도 여러 변수가 많아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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