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업법 개정 이후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들이 선불업자 등록 채비에 나섰다. 식당으로부터 받은 배달 적립금을 보호해 그간 일부 플랫폼사에서 발생한 적립금 유용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배달비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들은 선불업자 등록을 준비하며 자사에 맞는 적립금 보호 방식을 마련 중이다.
배달대행 플랫폼은 전자금융업법 개정안 제25조의2에 따라 △신탁 △예치 △지급보증보험 중 선택해 선불충전금을 보호할 수 있다. 만약 선불업자 등록 요건인 자본금 20억원 이상 기준에 미달할 경우 선불업자 신청이 불가해 위탁 관리를 맡겨야 한다. 다수 배달대행 플랫폼은 기준 충족 어려움을 예상해 헥토파이낸셜, 쿠콘 등 신탁사를 알아보는 중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선불전자지급업에 대한 규제를 담은 법안이다.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선불전자지급수단 업종 기준 삭제하고 선불업 규제 범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배달대행 플랫폼도 선불업자로 간주될 여지가 발생했다. 식당으로부터 받은 배달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발행 잔액 및 총발행액이 일정 규모 이하일 경우 등록 의무가 면제된다. 영세 사업자까지 불필요하게 감독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구체적인 금액 기준은 업계 실태 조사 및 의견 수렴을 거쳐 정해질 예정이다. 현재 기준은 발행 잔액 30억원이다.
업계는 전금법이 개정되며 그간 발생해온 적립금 유용 문제가 바로잡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배달 플랫폼에서는 적립금을 라이더 유치를 위한 대여금으로 사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보유 현금량이 적립금 총량에 미달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다수 식당이 적립금 반환을 요구할 경우 이를 지불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개정안에는 선불충전금에 대한 이용자 우선 변제권도 명시돼 있다. 선불업자 해산 혹은 파산 시에도 선불충전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일부 중소 배달대행 플랫폼이 파산 절차를 진행하며 음식점이 충전해놓은 적립금을 반환하지 않았던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달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급보증비용, 전자금융업 대행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배달대행 플랫폼으로서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식당의 배달 적립금 카드 충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위는 여전법시행령 제1조의2 제2항 제7호에 따라 개인신용카드 회원이 신용카드로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충전하는 경우 충전한도가 월 100만원으로 제한된다고 공표한 바 있다. 현재 다수 배달대행 플랫폼에서는 자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상품을 만들어 소상공인에게 카드 결제 충전 서비스를 지원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대행사의 특징은 식당의 배달비 충전으로 연간총발행액은 크나 이에 비해 배달비가 매일 빠져나가기 때문에 총발행잔액은 작다”며 “금융위에서 배달 대행 시장 상황과 특성을 파악해 연간총발행액 규모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