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가 2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 출시된다. 사전예약 열흘 동안 20만대가 넘는 판매 성과를 거뒀다. 비전프로 출시를 기점으로 삼성전자 등 다른 빅테크 기업도 확장현실(XR) 기기 산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애플은 2일부터 MR 헤드셋 비전프로 공식 판매를 시작한다. 미국 외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는 올해 말 출시가 목표다. 국내 출시 시점은 내년으로 예상된다. 3499달러(약 460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가에도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전프로 사전 판매량은 20만대를 넘어섰다. 시장에서 전망한 첫해 판매량이 50만~6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예상치의 3분의 1을 사전예약으로 거둔 셈이다.
비전프로는 애플이 2014년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새로운 형태 폼팩터다. 개발 기간만 7년 이상 소요됐다. 1000여명의 개발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비전프로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소비자 전자기기 중 가장 진보된 제품”이라며 “우리가 연결하고 창조하고 검색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위해 맥OS, iOS 장점을 더한 '비전OS'를 별도로 개발했다. 12개 카메라와 5개 센서, 6개 마이크를 탑재해 눈동자와 손동작, 목소리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3D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애플이 비전프로를 '공간형 컴퓨터'로 지칭하는 이유다. 통화 상대가 실물 크기 타일로 구현되는 페이스타임, 착용자 근처에 다가가면 기기가 투명화되는 '아이사이트' 기능도 담겼다.
애플 비전프로 출시로 XR 기기 시장도 본격적으로 개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구글·퀄컴과 협업해 XR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퀄컴은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 중인 XR 헤드셋에 탑재될 '스냅드래곤 XR2+ 2세대' 칩셋도 공개했다. 올 하반기에는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소니도 독일 지멘스와 함께 개발 중인 산업용 XR 헤드셋을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비전프로 호조 영향으로 올해 글로벌 XR 헤드셋 출하량이 전년대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39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XR용 애플리케이션(앱) 등 관련 시장 생태계 활성화도 기대된다.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세계 XR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1억달러(약 53조5000억원)에서 2028년 1115억달러(약148조6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