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와 학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했다.
3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플랫폼 규제 법안과 디지털 경제의 미래' 토론회를 개최하고 플랫폼 규제가 디지털 경제 및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파급 효과를 논의했다. 학계는 국내 디지털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플랫폼 규제는 시장 경쟁과 산업 성장을 모두 저해한다며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자로 참여한 김현경 서울 과학기술대 교수는 10년간 국내 플랫폼 규제 경과를 짚으며 공정위가 벤치마킹하는 EU DMA 한계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율규제 모델을 채택한 지 근 2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력한 플랫폼 규제를 추진하는 것은 국내 시장 환경조차 고려하지 않은 정책 설계의 오류”라고 지적하며 “국가 산업 정책은 최소 10년은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플랫폼 법안의 다섯 가지 원칙도 제안했다. △사전규제 지양 △글로벌 경쟁력 증진 △협력적 거버넌스 설계 △이용자 후생 증진 △적극적 자율규제 등이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사전 규제 방식의 한계를 짚고 온라인 시장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온라인 시장은 기술 발전과 소비자 요구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속성을 가지고 디지털 분야는 일률적으로 범위를 확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이에 따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전 규제 방식은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EU가 입법을 하면 전 세계적으로 따라하려는 성향이 나타나는데 적절한 규제를 벤치마킹 하고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며 “AI를 필두로 글로벌 혁신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과연 섣부른 규제를 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에 대한 실증 분석과 검토가 충분히 선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아직까지 규제할 플랫폼의 층위가 명확지 않으며, 이용자와 소상공인이 플랫폼에 비해 월등히 열악한 지위를 가졌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실증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과 투자사의 반대가 극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플랫폼법이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에 한계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기준 이상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지면 시장 규모 자체가 제한된다”며 “수많은 투자사 또한 성장 한계가 뚜렷한 생태계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해결책으로는 사전 규제가 아닌 자율규제와 감시의 조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김민호 성대 교수는 “규제가 만들어지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도 만들어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자율규제가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독점을 막는 것이 아닌 관리의 영역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원식 홍대 교수는 “독점의 효율성을 고려해 봤을 때, 독점이라는 것 자체에 매몰돼 두려움을 가질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방식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사전규제가 아니라 경쟁 촉진 도구를 정교화하고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