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이 확산되는 가운데 AI활용 표기 의무에 대한 법제화 촉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위원장, 김윤덕 간사, 유정주 위원은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생성형 AI 콘텐츠 표기(Made by AI) 의무화법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창작 활동 전반에서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번 공청회에서 음악, 웹툰,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창작자 의견을 수렴해 관련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 결과물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딥페이크, 가짜뉴스, 저작권 침해 등 각종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AI로 생성한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김경화 문체부 과장은 “AI로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식별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AI 기술 발달 속도 및 파급력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최소한의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해 관련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지난해 AI 콘텐츠 부작용 예방을 목적으로 AI 활용 표기 의무 내용을 담은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콘텐츠제작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AI 기술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작한 경우, 해당 콘텐츠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제작된 콘텐츠라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현재 법제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가짜 정보를 규제하는 법률이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고, AI 생성물임을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미국, EU,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발의됐다”며 “AI 생성물이라는 사실을 표기하도록 하는 것은 AI와 관련된 투명성에 관한 문제로서 이용자에 대한 기망이나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방지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AI 생성물이라는 것을 표기하지 않으면, 이용자나 일반공중은 이를 인간 창작물로 오인해 구매, 소비, 이용하게 된다. 가짜 이미지 등이 진짜 뉴스인 것으로 기망하게 되고, 타인의 성명, 이미지, 목소리 등을 무단사용함으로써 이들의 명성이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낮은 품질의 AI 생성물이 대량으로 시장에 범람하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이 교수는 “다만 AI 생성물임을 적합하게 표기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표기의무 범위를 적절하게 정하고,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의 매체에 따라 표기 방법이 달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선철 음저협 국장은 “AI 생성물 표기를 의무화하는 법은 창작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생성형 AI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