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여곳 일요일 영업
경기 13곳·대구 8곳 휴업일 변경
유통법 개정땐 확산 더 빨라질 듯
지역상권·마트 노동자 설득 숙제
대형마트 발목을 잡았던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도 풀릴 전망이다.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실효성 낮은 의무 휴업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소재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은 공휴일 영업을 개시했다. 서초구 대형마트·SSM은 앞으로 매달 둘째·넷째주 일요일 대신 수요일에 문을 닫는다.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것은 서울시 내에서 서초구가 처음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 동대문구는 내달부터 의무 휴업일을 둘째·넷째 수요일로 변경한다. 성동구도 이달 초 평일 전환 방침을 결정하고 전통 시장 상인 등 이해 관계자와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대다수 대형마트·SSM은 매달 둘째·넷째주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있다. 이해당사자와 합의한 경우에만 기초자치단체장이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지정할 수 있다. 다만 전통시장 상인, 마트 노동자 등의 반대로 그간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통해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제정 이후 12년 만이다.
정부가 재검토 방침을 발표하자 서울시는 곧바로 25개 자치구의 평일 전환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김지향 서울시의원은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 중에 지정한다'는 문구를 뺀 서울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에는 시 전체가 동일하게 의무 휴업일을 적용하도록 시장이 구청장에게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는 약 40여 곳이다. 경기도가 안양시·고양시·과천시 등 13개로 가장 많았고, 대구광역시가 수성구·달성구 등 8개로 뒤를 이었다. 경기도는 매달 둘째·넷째 수요일, 대구는 둘째·넷째 월요일로 휴업일을 옮겼다. 청주시도 지난해 5월부터 의무 휴업일을 수요일로 변경해 운영 중이다.
소비자 여론은 평일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76.4%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소비자 33.0%는 의무 휴업 평일 전환을 원했고 아예 제도 폐지를 원하는 소비자도 32.2%에 달했다.
규제 실익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서울시내 대형마트 66곳의 4년 간 일별 카드 매출액 등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휴업한 일요일 인근 생활밀접업종 매출액은 영업한 일요일보다 1.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유동인구는 0.9% 낮았다. 서울시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효과를 3개월마다 측정할 방침이다.
이해관계자 반발은 여전한 상황이다. 일부 전통 시장 상인은 물론 마트 노동자들도 반기를 들고 있다. 성동구의 경우에도 평일 전환 방침이 공개되고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협의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시장 비중이 높은 자치구는 여전히 지역 상권 눈치를 많이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유통법 개정 없이 평일 전환 지자체가 빠르게 확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