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활동을 측정하려면 뇌 전극이 필요하다. 기존 뇌 전극은 실리콘 처럼 단단한 재료를 뇌에 꽂아야 해 안정성에 문제가 많았다. 국내 연구팀이 유연한 뇌 전극 기술을 개발했다. 전자약 의료기기 핵심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이건우)은 김소희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부드럽고 유연한 재질로 이루어진 고내구성 뇌 전극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향후 장기간(長期間) 이식이 필요한 뇌질환 치료용 전극 등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뇌 전극은 뇌 활동을 측정하고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존의 뇌 전극은 반도체 회로 칩의 재료인 실리콘(silicon)처럼 단단한 재료를 뇌에 꽂아야 하는 형태로 만들어지거나, 얇은 플라스틱 고분자로 만들어졌다. 유연성이 부족했다. 얇게 만들어 유연성을 확보하면 안정성 문제가 발생해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고분자 재료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고무처럼 말랑하고 탄성이 있는 재료를 사용해 굴곡진 뇌 표면에 매우 잘 밀착되면서도, 수십 마이크로미터(㎛) 두께를 갖춰 다루기가 훨씬 쉬운 뇌 전극을 개발했다.
이같이 부드럽고 말랑한 탄성 재료로 만들어진 뇌 전극은 뇌 조직과 기계·물리적 특성이 유사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체내 환경에서의 안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돼 왔었다. 연구팀은 8개월간의 가속노화실험을 통해 전극이 체내에서 오랜기간 사용될 때에도 뇌 신호 측정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김소희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뇌 전극은 부드럽고 유연한 성질 덕분에 굴곡진 뇌 표면에 매우 잘 밀착되면서도 다양한 이온과 수분이 다량 존재하는 체내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했다”며 “오랫동안 사용이 필요한 전자약 의료기기의 핵심기술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김소희 교수가 교신저자로, 미국 MIT 기계공학과 문현민 박사와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장재원 박사과정, 박수미 졸업생이 공동제1저자로 참여했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김중현 박사, 건국대병원 김준식 교수와의 공동연구 결과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DGIST 기본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계측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인 '센서 앤 액츄에이터 B: 케미컬 (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에 온라인 발표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