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검사 시절) 지방 발령이 나면 오히려 더 기쁜 적이 많았다. 지방 관사에서 살면 서울보다 출퇴근 시간이 덜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개최한 '민생 토론회'에서 검사 시절 노후한 관사에서 거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 문제는 정말 개선해야 한다”며 “집값 문제 때문에 변두리로 나가 출퇴근이 한 시간씩 걸리고 이런 것 없이, 도심 안에 1·2인 가구 맞춤형 주택들을 많이 만들 수 있게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겸한 이날 토론회 주제는 '국민이 바라는 주택'이었다. 토론회에선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 청년특화형 매입임대주택 거주 청년, 신혼부부, 개인 임대사업자 등이 발언을 이어갔다.
정부 측에서는 국무총리, 국토교통부 장관,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등 고위 관료부터 국토교통부 사무관·주무관까지 마이크를 잡고 정책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2인가구 맞춤형 공급 외에도 재개발·재건축 절차 간소화, 임기 내 1기 신도시 재건축 착공,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등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다주택자 세제를 고치겠다”고 밝혔다. 또 “임기 내 노후된 1기 신도시의 재정비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최근 태영건설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와 관련해서는 “안심하라”고 했다. 정부가 올해 공공주택 14만 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보다 1만 5000 가구 이상 늘어난 물량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위축된 주택 공급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 신생아를 낳았다는 한 남성은 “신혼부부들이 내 집 장만과 육아 둘을 병행하는 게 경제적으로 굉장히 큰 부담이 된다”며 신혼부부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국토부 사무관은 자신이 30대 공무원이자 어린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하면서 “국토부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결혼을 페널티가 아닌 메리트로 느끼도록 신혼부부 청약 요건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전문건설업 대표는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활성화와 PF 유동성 확보 정책의 실효설이 미미하다”고 호소했댜. 이에 박상우 국토부장관은 “건설회사가 대부분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비싼 자금을 쓸 수밖에 없다”며 “공적 보증을 충분히 공급하면 자금조달 비용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답했다.
민생토론회는 주거문제로 고민을 겪고 있는 청년·신혼부부, 재건축에 어려움이 있어 불편을 겪는 재건축단지 주민,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 등 각계각층의 국민이 참여하여 '국민이 바라는 주택'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윤 대통령은 토론자들의 발언을 경청한 후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에게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과감히 규제 개혁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이날 국토부는 '내게 맞는 주택 공급'이라는 주제로 4가지 주택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재건축 규제를 전면 개선하는 한편 주민 선택에 따라 재건축, 재개발이 시행되도록 재건축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착수하도록 한 패스트트랙을 도입키로 했다. 재개발은 노후도를 충족하는 주택의 비율 요건을 60%만 충족해도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착수 요건을 완화했다. 국토부의 패스트트랙까지 사용할 경우 사업기간을 최대 5~6년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