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2024년 한국 인공지능은 위기다, 민(民)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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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전 경희대 교수

2024년 한국 인공지능(AI)은 위기다. 한 대기업이 만든 초거대AI는 그룹 내 계열사에서도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고, 네이버가 만든 하이퍼클로바X는 GPT 4.0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 아니라, GPT 3.5보다도 낮은 성능에 놓여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네이버는 AI 주권론을 설파하며, 국산품 애용 운동의 21세기 버전을 국내 산업계와 정부의 의사결정자들에게 전파하고 있고, 이에 대부분의 한국 AI 스타트업계는 아연실색 중이다. GPT 를 써보면 현재의 초거대생성인공지능 기술은 특정 언어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사용자로서 충분히 알게된다. 써보면 바로 알것을, 써보지도 않고 의사결정하는 사람들에게 어설픈 논리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작년에 결국 초거대 AI를 내놓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의 AI가 과연 범용성이 있을 것인지 의심한다. 그저 카카오의 기존 서비스를 보완, 강화하는 것이 아닐까 예상한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AI를 자사 서비스의 지능화만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그래도 메타는 라마(LLaMA)로 AI의 판 자체를 흔들고 있으니 카카오와 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소셜미디어 빅테크뿐만이 아니라 검색 빅테크도 어정쩡하기는 마찬가지다. 월드와이드웹, 브라우저, 무료 인터넷 포털 비즈니스 모델 등장으로 하이텔, 천리안, AOL, Prodigy 등 PC통신 서비스와 전화번호 안내서비스 114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휴대폰의 등장으로 공중전화 박스가 골동품 같은 유적으로서만 존재하듯이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AI 서비스 등장으로 검색으로 대표되는 구글과 네이버도 흔들리고 있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발표되면서 가짜 영상 논란에 휘말렸고, 제미나이를 쓰는 방법은 구글조차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네이버의 CUE나 하이퍼클로바X도 네이버 메인페이지에서 안내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많이 사용할까봐 오히려 걱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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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과 같은 초거대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과 도자기를 굽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림. 오픈AI의 달리3가 작성한 그림.

초거대 AI 모델을 만드는 것은 마치 도자기를 굽는 것과 비슷하다. 한번 구운 것은 되돌릴 수 없다. 도자기를 만들 때처럼, 딥러닝 모델 학습엔 세심함과 정교함이 필요하다. 모델 성능은 데이터 품질, 알고리듬의 정확성, 파라미터 조정 등 많은 요소에 의해 결정되며, 많은 시간과 계산 리소스를 필요로 한다. 도자기 제작이 예술적 창의성과 과학적 지식의 조화를 필요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딥러닝 모델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과학적 방법론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도자기가 구워지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듯이, 딥러닝 모델도 때때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학습될 수 있다.

지금 오픈AI는 GPT 3.5와 4.0이라는 도자기를 성공적으로 구워내고, GPT 5.0을 새롭게 굽고 있는데에 반해, 구글, 아마존, 네이버, LG는, 어쩌면 다시 깨어버려야 할 도자기를 구운 상황인지도 모른다. 카카오는 아직 구웠다는 도자기를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자기가 최고의 도자기를 구웠다고 주장만 할 뿐 한국 사용자에게도 아직 선보이지 못하는 상태다. 한국의 대표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자체 개발 모델 솔라로 허깅페이스 오픈소스 LLM랭킹을 1등부터 10등까지 모두 휩쓸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용자용 서비스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AI도 써보면 안다. 그 제품의 품질은 사용자들이 제일 잘 안다.

사용자 관점에서 2024년 1월 한국 AI는 위기다. 네이버는 구한말 쇄국의 논리와 유사한 AI 주권론 같은 구호보다 하이퍼클로바의 과감한 분사를 통해, 손정의 회장 등 국제 자본의 투자 유치를 꾀하고, AI 서비스를 네이버 본체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게 두어, 크게 성장할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구글이나 메타도 마찬가지이나, 필자는 외국 회사를 걱정할 입장은 아니다.

지금 벤처기업은 돈줄이 말랐다고 하고 과학자와 교수는 정부 R&D 지원이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R&D 카르텔을 혁파하려면 카르텔 세력들을 집게로 콕 찝어 능숙한 외과수술의처럼 도려내야지 전체 R&D를 획일적으로 삭감하는 것은 너무도 거친 집행이다. 물론 정부 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지금까지의 연구 개발 문화는 지양되어야 한다. 정부 예산은 다른 말로는 국민들의 혈세다.

이러한 과학기술 정책의 혁신과 총괄, 조정을 위해 임명한다던 과학기술수석의 임명은 계속 미뤄지고 있고 신임 KIST 원장 선임도 하세월이며 경질된다는 과학기술부 장관은 자리를 어정쩡하게 유지하고 있다. 중기벤처부 장관은 중소기업과 기술벤처스타트업에 관한 전문성을 전혀 입증하기 어려운 외교관 출신이 임명됏다. 한마디로 임명권자가 과학기술에 관심이 없는 것이 너무 티가난다.

게다가 대학 수능에서 미적분학과 기하학 제외를 추진중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챗GPT를 가능하게 한 트랜스포머 논문을 이해하려면 행렬, 미적분, 그리고 삼각함수의 기초지식이 필요하다. 그동안 가르쳤던 것을 가르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가르쳤던 것을 안 가르치면, 미래 세대들의 일부를 영원한 AI 문맹으로 만들게 된다. 그러면 AI문맹과 AI능력자들간의 부의 격차가 커진다. 학교에서 필수적인 것을 안가르치면 빈부격차는 커진다. 영어를 공교육에서 안해주면 영어 능력에서 빈부격차가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만 커지는 것은 이전 정부나 이번 정부나 마찬가지다.

2024년 새해에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기술에 무지한 법조인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리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제1여야 정당의 대표가 그렇고, 전현직 서울 시장도 그렇고, 전현직 대통령도 그렇지 않은가. 신임 방통위원장도, 금융감독원장도 그렇다.

전자, 디지털, 정보, 인공지능,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기술은 사회와 융합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기술과 사회의 융합을 위해서는 DJ 시절의 '백만PC운동', YS 시절의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에는 앞서가자”는 식의 전략과 각성이 있어야 하며, 리더십이 안 하면 민의 힘으로 해야 한다.

사실 민의 힘이 우선이다. 관의 리더십에 기대지말자. 민의 각성과 돌파 의지가 필요할 때다. 1995년 3월에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시작했던 것도 관이 한 것이 아니다. 민이 한 것이다. 요즘 인공지능 학계에서 또 하나의 화두가 인공지능의 민주화이다. 이제, 인공지능도 말 그대로 민이 주인이 돼 추진해야 한다. 민(民)의 각성을 촉구한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 응용학과 교수 klee@khu.ac.kr

〈필자〉 KAIST에서 경영과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연구소와 MIT, UC버클리에서 연구했다. 미국인공지능학회(AAAI)가 수여하는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네 차례 수상했고 AI Magazine 등 국제학술지에 4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이며 빅데이터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