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새올'이 클라우드 네이티브였다면

도태는 선택에서 온다. 도태는 불필요한 것을 줄이는 것이다. 찰스 다윈은 지금의 생물 세계는 '인위 도태'에서 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인간이 특정 생물을 번식시키거나 다른 변종의 번식 억제에 간여해왔다.

굵은 옥수수는 인간이 오랫동안 선택적으로 번식시켜 생겨난 것이지 자연스럽게 진화한 결과가 아니다. 인간은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주어진 자연 환경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인위도태는 생물학에서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다만 생물은 진화하는 데 수천, 수만년이 걸리지만 좋은 정책은 10년 안에 문제를 개선시키기도 한다.

인위도태는 올해 이슈 중 하나인 정부 시스템 마비 사태의 해법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행정망 '새올' 장애처럼 정부 시스템이 마비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반복되는 장애 발생은 소프트웨어(SW)도 진화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공공 시스템은 1만 7000여개로 수십만개 서버에서 운영된다. 대부분 국가 전산망은 시스템통합(SI) 방식으로 구축돼 있다. SI업체가 각 기관에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는 온프레미스 시스템이다. 노후화된 하드웨어나 수시로 업데이트가 필요한 SW 특성이 장애 원인이 된다.

SW에 장애가 생기면 우리 일상은 멈춘다. 눈에 보이지 않는 SW가 행정, 금융, 전기, 수도, 지하철 등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SW 시스템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이처럼 더 복잡해진 SW 환경에서 정부의 무중단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무슨 수를 두더라도 패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바둑 선수의 처지다.

이제는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인위 선택'이 필요하다. 클라우드는 물리적인 서버를 공유하는 것이 아닌 가상화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작고 가벼운 모듈화 구조를 중심으로 클라우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클라우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장애나 사고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복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에 비용이 많이 들어도 사고 수습 비용, 국민이 겪을 피해, 신뢰 저하와 비교하면 더 효율적인 선택일 것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행정 시스템 마비 사태를 정부, 국민에게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디플정의 '인위 선택'이 인간에 배를 채웠던 굵은 옥수수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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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호 ICT융합부 기자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