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스팀' 점령한 음란 게임... 등급분류 체계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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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국내 인기순위 최상단에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음란 성인 게임물이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이 또 다시 음란 성인 게임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수준의 성적 표현과 노출 행위를 버젓이 전면에 내세운 여러 게임이 스팀 국내 인기순위(판매 수익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국내 시장을 겨냥, 한글화까지 적용됐다. 하지만 등급분류는 이뤄지지 않는 등 관리감독 사각지대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25일 게임업계 따르면 최근 국내 스팀 인기순위에 기습적으로 등장한 해당 게임은 대부분 성인용 게임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해외 게임사 타이틀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맞아 신작과 기존 게임을 묶어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판매량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해당 게임 콘텐츠 주요 내용이 여성 캐릭터를 대상으로 성적으로 가학적 행위를 하고, 도촬이나 감금 등의 요소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성행위 묘사 관련해서는 국내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이나 콘텐츠 등에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모자이크 처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국내 기준으로는 연령등급을 내줄 수 없는 '등급 거부' 수준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도 해당 게임물 유통을 인지하고 긴급 등급분류 심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에서 등급 거부로 의결이 되면 스팀 플랫폼을 운영하는 밸브 측에 해당 게임물 국내 유통을 차단하는 지역 제한을 요청하게 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스팀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성인 게임물이 국내 유통되는 것을 확인하고 관련 등급분류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심의 결과에 따라 밸브 측에 협조 요청을 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스팀에서 음란물 수준의 성인 게임물이 국내 등급분류 체계를 피해 유통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해외 게임사가 개발한 '오크 마사지'와 '인큐버스' 등이 과도한 노출과 선정적 표현으로 논란이 거셌다. 결국 게임위 요청에 따라 국내 유통이 차단됐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게임물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 법률에 따라 반드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자율심의 자격을 획득한 민간 사업자에 의해 자체등급분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이나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은 게임위가 직접 심사한다.

현재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닌텐도,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국내에서 게임물을 유통하는 대부분 해외 사업자는 자율심의 자격을 얻었다. 반면 수차례 유사한 문제가 반복된 스팀은 여전히 자율심의 사업자 자격 획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