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디지털법]〈23〉저작권의 국제적 권리소진에 관한 최초 대법원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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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권리소진(exhaustion of right)이란, 통상 중고판매나 재판매 등에서 문제되는 데, 예컨대 상표권이나 저작권을 가진 사람(A)이 제품을 판매해 이를 구매한 사람(B)이 있고, 구매자(B)가 다시 중고판매하거나 재판매하는 경우, 구매자(B)의 중고판매나 재판매에 대해 A는 상표권이나 저작권을 주장하지 못한다는 원칙이다. 상표권자·저작권자(A)는 구매자(B)로부터 이미 보상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해 구매자(B)의 소유권과 상표권자·저작권자(A)의 이익을 적절하게 형량한 결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권리소진은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 거래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수입판매를 하거나 병행수입을 하는 경우인데, 우리나라 대법원은 상표권에 대해 국제적 권리소진을 인정했으나, 저작권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인정한 판례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저작권의 국제적 권리소진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있었는 데, 필자가 속한 로펌에 맡았던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달 7일 마침내 저작권의 국제적 권리소진을 인정하는 최초의 판시를 했다.

참고로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제20조에 권리소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데, 배포권에 한해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해당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저작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제 거래에서의 권리소진은 국내의 권리소진에 비하여 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저작권자가 각국 상황에 맞는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 데 국제적 권리소진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게 되면 자칫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7일 대법원 판결은 국제적 권리소진에 관해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외국에서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되지 않고 곧바로 국내로 수입되어 그 소유권이나 처분권이 이전된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20조 단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해당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대한 배포권 소진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외국에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되었던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국내로 다시 수입하여 배포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작권법 제20조 단서에서 정한 효과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 국제적 권리소진 사안을 2개로 나누어 접근하고 있는바, 2 사안의 차이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A)가 국내에서 판매해 B가 구매하고 C가 이를 수입한 경우[A→B→C]와 C가 B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A로부터 수입한 경우[A→C]를 나누어, 전자의 C의 수입에 대해서는 국제적 권리소진을 인정하지만, 후자의 C의 수입에 대해서는 A와의 이용허락 범위를 고려해 판단하라는 것이다.

전자의 C의 수입[A→B→C]은 A로부터 B로의 국내 거래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C가 B로부터 수입하는 것은 권리소진 이후 거래로서 문제되지 않지만, 후자의 C의 수입[A→C]은 A가 C에게 부여한 이용허락 범위를 고려해 만일 A가 C에게 일본에서만 판매하라 요구했다면 C는 한국에서 판매할 수 없다.

따라사 C 입장에서 전자의 방식으로 수입하는 경우 비교적 자유로운 판매가 가능하지만, 후자의 방식으로 수입한다면 판매 방식이나 판매 범위 등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국제거래는 활성화되고 있는 데, 특히 병행수입 사례에서 병행수입업자가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적법하게 수입해 판매하려면 7일 대법원 판결 숙지는 필수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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