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죽거나, 더워서 죽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만난 중소기업 수출 지원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두바이는 중동과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관문이자 물류허브다.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한국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두바이를 거점으로 삼아 신시장을 두드리는 기회의 땅이지만 현지 진출 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증이다. UAE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에 대한 인증이 필수다. 인증이 없으면 통관부터 쉽지 않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UAE 현지에 사업자등록이 필요하다. 3개월 가량의 기간과 각종 인증 비용이 발생한다. 사업자등록를 위해서는 일정 면적 이상의 사무실도 확보해야 한다. 사무실을 구한 이후에나 현지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 거주비자가 발급된다.
현지 에이전트를 잘못 만나 물건을 들여 놓고도 인증을 받지 못해 판매를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사우디나 여타 중동권 국가보다는 낫지만 행정 절차가 더딘 것도 중소기업 현지 적응을 어렵게 한다. '답답해서 죽거나, 더워서 죽거나'라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중소기업들은 터키, 사우디와 함께 중동 3대 수출시장으로 꼽히는 UAE에 대한 기대를 거두기 어렵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두바이GBC는 두바이 현지 진출 기업의 이런 크고 작은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현지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두바이GBC는 '제벨알리 프리존(Jebel Ali Freezone)'에 위치해 있다. 두바이 시내에서 아부다비 방향으로 약 35㎞ 달리면 도착하는 이곳은 세계 물동량 10위를 자랑하는 제벨알리 항구와 인접해 있다.
현재 두바이GBC 입주 기업은 총 10여개사, 두바이GBC를 거쳐간 기업은 40여개에 이른다. 이른바 두바이GBC를 졸업한 뒤에도 상당수 기업은 같은 건물에 층을 달리해 사무실을 유지한다. UAE 진출 중소기업 간 끈끈한 네트워크는 물론 현지 에이전트 발굴 등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사업자등록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두바이GBC는 보증금 500만원에 1년차 기준으로 매달 사무실 면적에 따라 한화로 10만~40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된다. 공항프리존 등 여타 지역에서는 임대료와 창고 사용료, 전기세나 수도세 등을 포함해 약 2만~3만달러에 이르는 비용이 소요되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연 단위로 최소 6만디르함(약 2200만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바이GBC 입주사인 차바오에프앤씨 박홍주 수석매니저는 “처음 중소기업이 두바이에 와서 문을 두드릴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사실상 해결해 주는 기관”이라면서 “단언컨데 GBC만큼 비용을 줄이면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병두 중진공 두바이GBC소장은 “제품 개선을 통한 현지화와 경쟁력 강화로 지난해 수출 성과가 전년 대비 180% 증가한 297만5000달러를 달성했다”면서 “국내 기업의 UAE 현지 진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두바이(UAE)=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