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전파 전문인력 양성과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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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경권연구센터장(한국전자파학회 정책 상임이사)

전파 기술의 발전은 무선통신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군용 레이다 기술이 개발되고 라디오·TV 등 산업 규모가 증가하며 전파 인력 수요도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한 때는 전파 기반 새로운 서비스 발굴이 정체되면서 전파 분야 전공자는 '라디오 피플'로 불리며 취업이 어려운 전공으로 분류됐던 시절도 있었다.

전파 기술의 르네상스는 1980년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도입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전문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1992년 전파공학과를 신설했다. 미래를 예측한 시의적절한 정책이었으며, 우수한 전파 분야 전문 인력 공급으로 우리나라 휴대폰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프로세서, 양자컴퓨팅과 저궤도 위성기반 통신 기술은 더욱 더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도화된 기술과 천연 자원은 자국을 보호하고 주변국을 제압하는 수단이 된다. 강대국들의 기술 패권 다툼이 심화되고 있고 보유한 신기술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철저히 보안에 부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술의 자립화는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12대 전략기술을 발표하면서 해당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인력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반도체, 양자 기술 분야 및 AI기술 분야 인력 양성이 집중 대상이다. 하지만, 통신 분야 이외에도 초고속 반도체 프로세서, 양자컴퓨터, 바이오,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전파 기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전파분야 전문 인력 양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로 미래 인력 수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고, 숙련된 전문가의 퇴직과 지방대학의 물리학과와 전파공학과 폐지, 수리물리학 중심의 전공 분야에 대한 학부생들의 기피 등으로 전파 분야 전문 인력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첫째, 글로벌 협력 경험이 있는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세계 수준의 전파분야 연구 전문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1992년 설립된 전파공학과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는 2014년부터 석박사급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전파연구센터(RRC)를 약 14개 운영하고 있다. 좋은 정책이지만 전파연구센터의 현재 예산은 글로벌 협력 연구를 하기엔 부족하므로 정부 예산이 더 지원되길 바란다.

둘째, 전파연구센터 관련 예산은 대학간 경쟁을 통해 주관기관이 정해진다. 이로 인해 주로 수도권 지역 대학, 4개 과학기술원, 포항공대가 과제 총괄 책임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대들은 연구센터 수주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에 있는 산업체, 연구기관들은 전문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지방대학을 위한 전파연구센터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대학 학부생을 전파 전공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3학년때 정해지므로,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파 분야를 전공하면 어떤 일자리와 어떤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하고 개인의 비전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수십년 축적된 전파연구 경험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퇴직하는 전문가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시니어 인력들의 퇴직이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일을 하고 싶어도 개인의 인맥을 통해 퇴직 후 일자리를 찾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이 기업지원도 하고 후속 세대에게 전수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더불어 많은 전문가로부터 전파 전문인력 활용을 위한 정책 수요를 발굴해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을 세움으로써 우리나라가 전파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길 소망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경권연구센터장(한국전자파학회 정책 상임이사) wjbyun@etri.re.kr 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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