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온·오프 경쟁 종합 고려해야”...소매유통채널 판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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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이 속한 경쟁 시장 범위를 온·오프라인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 전체로 봤다. 헬스앤뷰티(H&B) 시장으로 한정해 독과점 사업자로 판단할 경우 6000억원대 과징금 부과까지 예상됐지만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사업자가 불확실하다고 보면서 과징금은 10억원대에 그쳤다.

이번 공정위 판단으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경계가 사실상 무너졌다는게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화장품 뿐 아니라 패션, 가전, 생활용품 등 전 소매 품목에 걸쳐 온·오프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 구도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앞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쿠팡 역시 이러한 논리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향후 유통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장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쿠팡의 시장에서의 사업자 지위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LG생활건강 등 직매입 계약을 맺은 제조사에 타 유통 채널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광고를 강매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약 33억원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쿠팡측은 해당 사안이 발생한 2017년 당시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였고 롯데나 신세계등 오프라인 유통사도 경쟁사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판단은 유통 시장을 온·오프라인 함께 바라본 첫 번째 사례로 알고 있다”며 “이제 e커머스 업계의 직매입 같은 부분도 이마트, 롯데를 포함한 큰 틀의 유통시장으로 봐야하지 않나 싶다. 유통 뿐 아니라 수많은 B2C 업종의 시장 구분도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사 관계자는 “과거 플랫폼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인수를 승인하지 않거나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 논리가 허물어지는 판단이 나왔다”고 해석했다.

다만 공정위는 '시장 획정'이 다른 분야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김문식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다른 분야에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한다고 이해하면 안된다”며 “사안과 사건, 분야, 업종, 구매대체성, 소비자 인식 정도가 달라져 일반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독점브랜드(EB) 정책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의했지만 심의 절차종료를 결정했다. EB 정책은 경쟁사인 랄라블라, 롭스 등과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업체에 광고비 인하나 행사 참여 보장 등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중 EB 정책에 해당하는 브랜드 수는 580여개에 달한다.

EB 정책의 위법성이 인정되려면 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지위의 사업자여야 한다.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2021년 기준 약 1256개에 달하며 H&B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어선다. 그러나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약 10년간 화장품 소매 유통 채널 변화가 크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을 H&B만으로 획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에서 한 회사의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세 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있는 시장으로 본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사업자로 인정받았다면 CB정책을 실시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매출액을 기준으로 6000억~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되는 것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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