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열풍(熱風)이 아니라 광풍(狂風)이라 할 정도로 리튬 이차전지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전기차 배터리다. 이것도 결국 사용하고 나면 폐기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최근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전기자동차로부터 분리되어 재제조, 재사용 또는 재활용의 대상이 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정의하고자 하는 분위기다.
급성장하는 전기자동차 산업으로 배터리 사용량이 증가하며 폐배터리도 엄청나게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국제 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폐배터리는 현재 50만개에서 2050년 4000만개를 넘을 전망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자동차 내연기관 대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이차전지가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한정된 자원이기에 지속 가능한 공급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버려지는 배터리도 순환자원으로 다시 쓸 수 있도록 하는 재제조, 재사용, 재활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절대적인 전제조건일 것이다.
환경부는 이미 폐기물로 관리되고 있는 배터리에 대해 자원 순환법을 개정하면서 다시 전기차에 '재사용'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제조' 될 경우 순환자원으로 인정, 폐기물 규제를 면제해 주었다. 하지만 '재활용'은 제외돼 있었다. 이는 이차전지 내의 리튬·니켈 등이 '지정폐기물'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재활용업체가 리튬 이차전지의 화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소금물에 장시간 담가 잔량의 전기를 방전시키고 있다. 이때 소금물과 반응을 일으키는 전해질로 다량의 유독가스, 불화수소가 방출되기도 한다. 이 가스는 급성 및 만성 신부전, 근육경련 등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함유된 니켈은 매우 독성이 강한 물질로, 폐암과 비강암, 신장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폐배터리를 운반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화재를 대비한 인프라도 개발해야 한다.
리튬 이차전지의 '재활용'은 배터리셀을 파쇄해 습식 제련 또는 건식 공정을 통해 리튬을 추출하는 공정으로, 폐액과 유해가스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기존 폐기물과 같이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유해 물질의 안전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는 앞서 배터리 재활용 법안을 만든 EU, 중국, 미국에서도 배터리 원자재의 공급망 추적, 제품의 처리·재활용 정보, 배터리 여권 등으로 규제하고 있는 사항이다. 더 나아가 폐배터리 수거 및 재활용에 대한 전 과정 관리 책임을 생산자에게 부여해 자국 내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려고 추진 중이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 전기차 제작, 배터리 재활용, 유통·물류 분야에 이르는 협의체인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제출한 '사용 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안을 보면 사용 후 배터리는 경제성이 높으므로 폐기물로써의 관리를 제외해 달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경제성이 있는 재활용품에 대해 분리배출을 하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시행해 자원의 순환과 재활용을 촉진하려고 하는가? ESS나 전기전자제품으로 재사용돼 돌고 돌아 발생하는 폐배터리는 누가 책임을 지고 수거·재활용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발생할 것이고, 향후 경제성이 낮은 LFP(리튬인산철) 폐배터리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을 것이다. 경제성이 있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산업계 의견만을 반영해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면 또 다른 2차 환경오염,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무분별한 규제 완화만이 답이 아니라 적절한 규제에 기반해 배터리 순환 경제(closed-loop)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완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교수 gogator@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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