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 재도약의 핵심전략, '기업가정신'

Photo Image
'창업지원제도 활용 실무 가이드' 저자 오경상 박사(신용보증기금 팀장).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미국의 경제학자 폴 로머는 '어떤 기업이나 국가가 기술 선도국을 추격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나, 추격을 마치고 나면 성장이 정체되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다'라는 '추격경제' 이론을 주장한 바 있다. 이 이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경제가 오랜 기간 고성장을 이어오다가 최근 지속적인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발 금리 인상과 유럽과 중동지역의 전운, 날로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러한 불안은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비즈니스 활동과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물가 인상과 고용감소로 이어져 경제 성장률의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경제주체들은 비상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처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창출과 혁신 기술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들 수 있다. 그동안 대기업을 통한 추가 고용의 한계에 봉착한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혁신 기술 및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업의 활성화는 국가 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잠재적 창업가들이 적극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 의지를 높이기 위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기업가정신은 무엇이며 창업가에게 기업가정신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하면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인가?

'기업가정신'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다양하게 정의해 왔다. 미국의 글로벌 창업 전문 교육기관 뱁슨대학은 기존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종합하여 “기업가정신이란 삶을 대하는 태도나 원칙으로서, 기업이 이윤을 얻기 위해 위험 요소를 지닌 벤처사업을 개발, 조직, 관리할 능력과 의지”라고 정의하였다. 최근 국내에도 많은 예비 창업가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문적으로 기업가정신을 육성하는 기관은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에 대한 창업가나 벤처기업 투자 심사역들의 인식 수준 또한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20년 넘게 현장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와 자금지원 업무를 담당해온 필자에게 간혹 스타트업 대표자의 학력과 스펙이 투자기업 선택에 있어 중요한 고려 사항인지 묻는 이들이 있다. 아직까지 국내 투자업계에는 대표자의 기업가정신보다 스펙에 좀 더 가치를 두는 심사역들이 있다. 이 때문에 창업 초기에 투자를 유치하거나 자금지원을 신청할 때 대표이사의 스펙이 화려한 경우가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가 오랜 기간 다양한 기업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발견한 사실은 대표자가 유학파 이거나 소위 일류 대학 석사, 박사 출신의 좋은 직장 경력의 화려한 스펙이 그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특별하게 높여주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여러분이 투자할 기업을 찾는 데 화려한 스펙의 대표자가 운영하는 기업을 선호한다면 다음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기 바란다.

미국의 유명 TV쇼 진행자인 '스티브 하비'(Steve Harvey)가 방송 진행 중에 어느 미혼 여성 출연자에게 “당신은 어떤 남자를 배우자로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출연자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직업이 있고, 차가 있고,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남자를 원한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스티브 하비는 “제 생각은 당신과 조금 다른데, 남자를 볼 때 그 사람이 진실된 사람인지, 부지런한지, 미래 계획이 있는지, 신뢰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목표가 있는 사람인지, 비전이 있는 사람인지, 올바른 부모를 보고 자란 사람인지를 보아야 한다. 또 본인의 여자를 소중히 대할 줄 알고 필요할 때 내 여자를 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자상한 남자를 찾으라고 말해 주고 싶다. 만약 이런 남자를 찾고 있지 않다면, 결국엔 좋은 직업과 차는 있지만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 줄 가능성이 없는 남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투자하기 적합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투자 심사역 중에는 “기본적으로 대표자의 스펙이 좋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대표자가 불굴의 도전정신이 충만한지, 본인 사업에 진실한지, 부지런한지, 미래 계획이 있는지, 신뢰할 수 있는지, 목표가 있는지, 비전이 있는지, 올바른 철학과 가치관을 보유하였는지를 보아야 한다. 또 팀원의 소중함을 알고 그들과 함께 성장할 방안을 모색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 순위에 둘 수 있는 대표자인지가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만약 투철한 기업가정신이 아닌 화려한 스팩에 무게 중심을 두고 투자한다면, 좋은 스펙을 통해 일정 수준의 매출과 성장, 몇 건의 특허 출원 정도는 가능하겠으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긴 어려울 것이다. 즉, 스펙이 아닌 탁월한 기업가정신으로 완전무장한 창업가만이 끝까지 살아남아 '유니콘, 데카콘, 헥토콘'으로 기업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창업기업의 성장에 핵심요소인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고취시킬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미국 '카우푸만 재단'에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의 메카인 실리콘벨리에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수많은 창업가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카우프만 재단 출신의 인사가 특히 많다. 미국 캔자스주에 소재한 카우프만 재단은 기업가정신을 육성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조직으로서 가장 혁신적인 최고의 성과를 지향한다. 또한 전문가 조직 및 사업 운영시스템에 “슘페터”의 철학을 도입하여 “창조적 파괴”를 실천 중이며, 상투적이고 정례적인 활동을 지양하고 끊임없이 지원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학을 포함한 다양한 창업지원 기관에서 창업가 육성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정신 육성에 중점을 둔 기관의 활동은 아직 미진하다. 기업가정신이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으로 뿌리 내리려면 무엇보다 사회전체적으로 환경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혁신 벤처창업의 활성화는 나중의 문제다. 그래야만 정체되고 있는 국가 경제성장을 재도약 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의 기업가정신의 고취와 육성, 그리고 확대를 위한 과감한 결단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 방안의 하나로 미국의 카우프만 재단은 아니어도 학교현장에서 기업가정신 과목을 정식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오경상 박사(신용보증기금 팀장)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