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AI 신용평가, 포용적 금융의 길

인공지능(AI)은 보통 인간처럼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술 또는 시스템으로 정의된다. 지적 노동이 필요한 많은 분야에서 인간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성능을 발휘해 혁신적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금융 산업도 마찬가지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 개인화 서비스, 업무 자동화, 내부통제 대응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류해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AI가 두각을 보이는 분야다.

최근 초단기 근무자(긱워커)가 증가하고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기존 신용평가 모델에 주로 사용되던 로지스틱 회귀 모형은 적시성·정확성 측면에서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세계적으로 머신러닝·딥러닝 등 기술을 대안으로 적용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마이뱅크가 대표적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를 이용하는 온라인 사업자와 알리페이 사용자에게 플랫폼 정보를 이용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플랫폼 거래 이력, 결제 정보, 고객 리뷰, 소비 패턴 등을 활용해 대출자의 80%가 대출 이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중 은행보다 약 30% 낮은 부실률을 보였다.

미국은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는 개인간거래(P2P) 금융 플랫폼이 AI 신용평가를 선도하고 있다. 캐비지는 매출, 회계 정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보 등을 활용한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렌딩클럽은 구글, 알리바바 등과 파트너십으로 데이터를 제공받아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했다. 이 모델은 전통 신용평가 모형과 결합해 사용되고 있다.

국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에잇퍼센트,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이 대안 정보를 활용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신용평가에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 판매 데이터, 환불·리뷰·단골 정보 등을 활용해 온라인 사업자에게 대출을 제공 중이다.

에잇퍼센트는 기존 개인신용조회(CB) 정보 외에 새로운 방식의 데이터 활용과 모델링 기법으로 약 3만4000건의 대출, 2000만건의 연계 투자로 7000억원의 중금리 대출을 제공했다. 에잇퍼센트가 운영하는 P2P금융 서비스 8퍼센트는 AI를 활용해 변수에 따른 인과 관계를 신용평가 모델에 적용했다. 데이터 양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정교하게 '유의미함'을 찾아내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약 5만건의 대출신청 정보를 활용해 이전 알고리즘 모델 대비 부실률을 57% 낮췄다.

중금리 구간 대출 심사에서는 사기 탐지도 매우 중요하다. 다량의 연체는 개인회생이나 워크아웃 등의 프로그램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8퍼센트는 사기대출을 사전 탐지하는 AI기반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대출 직후 회생·워크아웃이 곧바로 이뤄지는 경우를 탐지하거나 불법적인 통·대환 사기 유형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식은 이용자가 의도적으로 상환을 회피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AI를 활용하면 부실을 사전 예방할 수 있다. 이렇게 신용평가 모델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적시성, 정확성을 더한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신용평가는 합리적 금융 서비스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세계적 흐름 속에 얼마나 유연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지가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느냐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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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8퍼센트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hj@8perce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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