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입체영상의 꽃인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의 시야각 확대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았다. 화소 크기에 기반한 기존 접근방법에서 탈피, 새로운 기술적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상용화 최대 걸림돌인 협소한 시야각(3.8도 내외) 문제를 해결할 연구 방향을 제시, 미국광학회 주요 연구 결과 영상으로 지난 6일 자에 소개됐다고 밝혔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는 디지털 홀로그램 기록장치로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을 공중에 띄우는 방식이다. 좁은 시야각이 상용화 걸림돌이다.
30도 이상 시야각을 확보하려면 빛의 파장 정도인 수백 나노미터(㎚) 해상도를 가진 홀로그램 전자기록장치가 개발돼야 한다. 현재 상용소자 화소(픽셀) 크기는 수 마이크로미터(㎛)에 머물러 시야각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홀로그램 영상 시야각이 홀로그램 영상 분해능(서로 떨어진 두 점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영상 분해능을 결정하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시스템 개구수(광학 시스템 밝기 물리량)에 기존 상용 홀로그램 전자기록장치로도 충분한 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구수가 클수록 분해능이 좋아지는데 개구수는 홀로그램 크기, 영상이 뜨는 거리로 결정된다.
8㎛ 픽셀의 홀로그램 전자기록장치여도 거리를 충분히 가까이해 영상을 띄우면 시야각은 이에 비례해 커진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이용, 홀로그램 화소 크기를 줄이지 않고도 영상 시야각을 기존 3.8도에서 13.1도로 4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물론 아직 한계가 있다. 시야각을 증가시키면 홀로그램 영상 크기도 커져야 하는데, 이때 영상이 중첩되는 문제가 생겨 고차 회절항(주기적 격자 구조에서 발생하는 회절 광다발)을 필터링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향후 효율적인 필터링법을 개발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실용화 연구에 도전할 계획이다.
채병규 ETRI 홀로그래픽콘텐츠연구실 박사는 “개발 기술로도 증강현실에 사용하는 홀로그램 근안 디스플레이 아이박스(홀로그램 글래스 시야창 크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광학회 웹사이트 메인화면에 주요 연구 결과 영상으로 소개돼 주목받았다. 광학회지 '옵틱스 익스프레스'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시야각 확대에 대한 연구'로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홀로그램 핵심기술개발사업과 ETRI연구개발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한편 ETRI는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360도 전 방향에서 관찰 가능한 컬러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개발했고 지난 2020년에는 30도 시야각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기술개발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최고상을 받은 바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