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기를 넘어설 새로운 동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신기술에 주목해야 합니다. 과거 정보기술(IT)로 활로를 찾았듯이 인공지능(AI)과 양자기술이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원로 과학자들이 대거 모인 '2023 제4차 원정포럼'에서 정성철 원정연구원장이 밝힌 주장이다.
이날 '대전환기 우리 과학기술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정 원장은 지금을 대전환기로 규정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초유의 사태, 저성장 돌입, 미·중 패권경쟁, 급박한 환경 및 에너지 전환, 세대간 간극 등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나라 안팎에서 휘몰아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앞으로는 지금보다 자본·노동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연구개발(R&D), 인적자본, 제도·환경 등 '요소생산성 결정요소'를 살펴야 한다”며 “AI와 양자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AI는 과거 정보통신기술(ICT)이 그랫듯이,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끼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 자명하다. 양자기술은 컴퓨팅과 통신, 센싱 영역도 중요하지만 잠재 응용시장도 막대한데다, 향후 '퀀텀 이코노미 시대'를 이끌만큼 인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요소가 된다.
이들이 노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만회하고, 국가에 경쟁력을 부여하는 핵심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어 “우리 혁신체계는 일본과 많이 닮아 있는데, 우리라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대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그 결과는 일본과 같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원장은 그러면서 구조, 시스템적 변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경우 과거에는 초등학생도 알았는데, 지금은 대학생도 그 존재를 모를만큼 잊혀지고 있다”며 “각 기관에 구체적인 미션이 부여돼 각자의 고유 역할을 다 해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과도한 하드웨어(HW), 제조업 편향구조로 기술이 이뤄지는데, 이를 바꿀 수 있는 R&D 정책 변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각층 주요 전문가의 우리 과기문제 해결 조언이 잇따랐다.
장용석 STEPI 명예연구위원은 연구현장의 대국민 신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신뢰부족이 많은 사회적 코스트를 유발한다”며 “이번 R&D 비용 삭감 사태도 그런 신뢰 부족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원훈 전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은 거국적인 '콘트롤타워'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참신한 과기 수석이 대통령실에 와 과학기술을 백지에서부터 재기획해야지 않겠느냐”며 “또 출연연은 이런 정부로부터 미션을 받아 10년 연구를 수행하는 '이니시에이터'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현재 과제 평가는 '진짜 평가'가 아니다”라며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AI 영역에의 보다 큰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선영 이큐라 대표는 “현재 득세한 오픈 AI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이자 메가 트랜드”라며 “미국은 난리가 났는데 우리는 다소 조용해 사회·교육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전환기에는 어느 한 영역에 치중하기보다, 기존 인식으로는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많이 쏟아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참신한 의견도 나왔다.
안현실 서울대 객원교수는 “대전환기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기존 방법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며 “생존 확률을 높이려면 비정상적인,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또 최대한 빨리 시도와 실패, 또 다른 시도를 거듭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들 발제, 의견과 관련해 채영복 원정연구원 이사장은 “커대한 변화가 다가오는 현재는 국가 존망이 갈리는 시점”이라며 “오늘 대화가 문제 해결 실마리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