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디지털 소외와 배리어프리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장벽'을 뜻하는 '배리어'와 '자유'를 뜻하는 '프리'의 합성어다. 고령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장벽을 없애자는 뜻이다.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의 건축학분야 보고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서 처음 탄생한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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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배리어프리를 위한 정보기술(IT)은 전세계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은행을 직접 방문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비대면 금융서비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한 자율주행 휠체어, 수화번역 소프트웨어 등이 바로 그런 솔루션들이다.

그런데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돼 이젠 일상 생활에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많은 디지털 도구들은 오히려 배리어프리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모든 민원서류 발급이 인터넷에서 다 가능한 세상이 되었지만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이용율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고령자 10명중 모바일로 교통정보(버스도착정보나 택시앱)를 확인하는 비율은 1명이 채 안된다.

최근 카페나 식당, 영화관에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흔한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테이블링, QR 결제 등 비대면 주문과 결제시스템은 디지털 기기에 서툰 고령자들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됐다. 직원이 있어서 도와주는 곳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달랑 키오스크만 있는 무인가게엔 아예 들어갈 엄두를 못낸다.

온라인 예약시스템은 접근할 시도조차 못한다. 직접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한뒤 식당을 검색해 예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제로 한 정부기관이 조사한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생활정보 관련 앱 설치 비율은 청년층 88%에 비해 노령층은 2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되면 디지털 기술이 배리어프리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IT 약자의 접근을 막는 두터운 장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봐야한다. 다수 고령자들은 최근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기기들로 인해 사회활동에 적지 않은 지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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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전국부 기자

IT강국 대한민국 고령화율은 글로벌 증가수치를 앞선다. 6월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은 18.5%다. 오는 2040년에는 34.4%, 2070년엔 인구 절반이 고령자인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곧 다가올 초고령화 시대는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정보로부터 소외되거나 역차별 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돼야한다. 뉴테크 기업들 역시 고령자가 생활속에서 직면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기술인 에이지테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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