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은 유니콘이 탄생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시점이다. 유니콘은 2013년 11월 초 미국 신생 투자회사 카우보이 벤처스의 최고경영자(CEO) 에이린 리가 테크크런치라는 잡지에 기고를 통해 '업력 10년 미만의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로, 투자자에 의해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비상장 스타트업'이라는 의미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에이린은 투자자 관점에서 어떤 회사에 투자를 하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투자를 받았던 미국 스타트업 중 설립 10년미만의 6만개 소프트웨어기업을 분석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특이한 회사들이 발견됐다. 6만 개 회사 중 39개가 짧은 기간에 무려 10억달러 이상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은 것이다.
스타트업이 짧은 시간에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를 받는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해 이런 기업을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으로 명명하고 관련 자료를 2013년 11월 공개했다. 10년에 39개, 1년에 4개 정도의 유니콘이 탄생하며, 10년에 3개 정도의 슈퍼 유니콘이 탄생한다는 것이었다.
유니콘 탄생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금은 업력, 국적과 분야 상관없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세계 모든 스타트업을 지칭하며, 혁신과 성공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유니콘을 둘러싼 열기가 지나치게 과열돼 있고 개념에 대한 오해도 많아졌다.
1년에 4개정도의 유니콘이 탄생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2018년부터 매년 100개 이상 유니콘이 쏟아져 나왔다. 2021년에는 세계적인 유동성을 등에 업고 600개 이상이 태어나면서 '유니콘의 해'로 불렸다. 유니콘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인 크런치베이스, 씨비인사이트, 후룬연구소 등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2023년 11월 20일 현재 세계에 약 2700개 유니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냉정하게 보면 사실 유니콘은 성공한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첨단 기술이나 고용창출, 고수익 등과는 상관없이 단지 투자자 관점에서 투자를 통해 대박이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업을 의미했던 것이다.
유니콘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처음 유니콘이 되기까지 창업 후 5~6년이 소요되고, 평균 1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으며, 평균 조달금액은 10억 달러가 약간 넘는 것 나타났다. 이렇듯 유니콘을 둘러싼 게임은 수 천억원에서 수 조원이 투입되는 진짜 쩐의 전쟁이고, 그들만의 리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콘은 모든 스타트업의 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유니콘이 세상에 나왔지만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힘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거나, 살아있어도 거의 좀비와 다름없이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유니콘이 늘면서 환상은 처참하게 깨졌다.
엑시트에 성공해 '엑시콘'으로 화려하게 비상하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가치가 급락하며 '유니콥스(죽은 유니콘)'가 되기도 한다. 또한 엑시트가 힘들어진 상태에서 파산은 안 했지만 제대로 된 비즈니스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힘들게 버티고 있는 좀비콘(좀비 유니콘)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40개 정도의 유니콘이 탄생했으며 우아한형제들, 하이퍼커넥트, 쿠팡과 같이 엑시콘이 되면서 성공한 기업도 있고, 안타깝게도 유니콥스나 좀비콘으로 전락한 회사도 있다.
정부의 역할은 이제부터다. 우선, 유니콘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유니콘이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고용창출을 확대하고, 첨단기술 개발과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GDP 성장을 늘리는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만능 신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탄생한 유니콘기업은 정부가 육성한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 스스로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진정한 성공기업을 원한다면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고 유니콘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어떻게 하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회사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정부가 육성하지 않아도 유니콘기업은 계속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