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패러다임 전환기를 활용해 항공우주산업 강국에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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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인하대 교학부총장(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월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요 64개 산업 품목 중 한국이 스마트폰, D램, OLED 패널, 낸드플래시 반도체, 초박형 TV, 조선 등 6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과 공동 3위다.

비록 1위는 아니지만 자동차나 다양한 석유 제품군 역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존재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불안정한 세계 경제 환경에서 우리의 수출 경쟁력 또한 심한 도전을 받고 있지만, 여러 지표에서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물론 우리의 과제는 현상 유지가 아니라 발전이다. 세계 '10위권'이 아니라 '10위 이내'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우리의 경쟁상대 G7 국가 모두 100년 전 이미 세계적 강국이었으며 브릭스까지 더하면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의 먹거리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고민스럽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의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시장 규모가 막대한 항공우주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도심항공교통(UAM), 재사용발사체, 저궤도 통신 등 혁명적 기술 도입과 함께, 이미 전 산업군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분야 중 하나이지만 그 성장 속도 또한 빠른 항공우주산업은 우리의 선진국 진입을 견인할 중추 산업이 돼야 한다.

얼마 전 열린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 2023'은 'K-방산' 효과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70년대 초까지 소총 하나 만들지 못하던 우리는 이제 각종 유도무기는 물론, 고성능 전투기까지 개발하는 나라로 발전했다. 이러한 성공에 고무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해졌는 데, 이는 양날의 검이다. 항공우주분야로 자본만 투입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것을 개발해 낼 수 있다는 비현실적 자만에 빠지기 쉽다. 한국이 세계시장 상위권에 있는 품목의 특징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20세기 후반 새로 등장한 첨단 산업분야이거나, 자동차·조선 등 인적자원이 과다 투입되거나 인건비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선진국의 기술개발이 정체돼 있는 때에 우리가 진입에 성공한 시장이다. 항공우주처럼 선진국이 제도로 보호하고 지속 투자로 기술 발전을 이뤄내는 영역에서는 우리는 아직 본격적 성공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크고, 무겁고, 빠르고, 멀리 가는 것으로 경쟁하면 기존 강국을 이기기 힘들다.다행히 항공우주분야에서도 패러다임 전환기가 오고 있다. 우주에서는 이미 스페이스엑스가 재사용발사체를 활용해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놨다. 항공에서는 UAM처럼 소형 기체의 경우 전기 동력계의 성공적 도입이 가시권에 있고 점진적 발전으로 일정 영역에서 기존의 엔진 비행기 대체를 의심치 않는다.

전통적 항공우주산업의 틀이 지속된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많지 않지만, 이처럼 새롭게 생기는 틈을 이용하면 우리에게도 항공우주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초고출력 모터, 고성능 배터리, 연료전지, 소프트웨어 등 다행히 우리도 해 볼 만한 한 분야가 미래 항공의 핵심요소들이다.

기회는 생겼으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K-방산에서 쌓아 올린 경험과 누적된 기술 활용에 투자를 통한 기술개발을 더함으로 항공우주산업마저 우리가 기존 선진국 수준임을 증명해 내면 한국은 확실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과감한 국가적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기영 인하대 교학부총장(항공우주공학과 교수) inhapr@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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