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발표한 통신비 부담완화 대책 핵심은 요금 선택권 확대와 데이터 낙전 최소화다. 단말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요금제에 자유롭게 가입하고 사용량에 부합하는 요금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체감 통신비의 실질적 인하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8일 “디지털 심화 시대 통신이 필수재로 떠오르면서 누구나 합리적 가격에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해졌다”면서 “요금 선택권을 확대하고 사용량에 부합하는 요금체계를 통해 국민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5G폰 이용자도 LTE 요금제를 쓸 수 있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이번달 SK텔레콤 고객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에서도 롱텀에볼루션(LTE) 요금 가입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구간에 따라 5G 요금이 비쌀 때도 LTE가 더 비쌀 때도 있다. 단말기 종류와 관계없이 더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들을 없애겠다는 게 핵심 취지다. 향후에는 통합요금제로 전환까지 염두에 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단말 고객은 저렴한 저가 LTE 요금제로 전환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고, 반대로 LTE 구형 단말 고객도 데이터 사용량이 많다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5G 요금제를 가입하면 돼 상호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5G 요금제 하한선이 내려가고 저가 구간도 더 세분화된다. 이통 3사는 내년 1분기 3만원대 5G 요금제도 신설한다. 최저요금이 4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낮아지면서 5G와 LTE 최저 가격대가 동일해졌다. 30GB 이하 공백구간도 데이터를 세분화해 촘촘히 채운다. LTE 고객을 5G로 끌어들이는 통로 역할을 하면서 사용량에 부합하는 요금체계를 만든다.
또 고가의 스마트폰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에 따라 삼성전자와 협의해 연내 2종, 내년 상반기 약 4종의 중저가 단말기(30만~80만원대)를 출시 예정이다.
다만 이번 통신비 대책이 차세대 네트워크 진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통사 가입자당평균매출(APRU)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LTE 가입이 늘어날 경우 5G 투자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이용자 대상 주력 서비스는 5G가 대세가 됐고, 내년 1분기 요금제가 세분화된다면 5G 요금제 경쟁력이 LTE에 비해 훨씬 높아지게 된다”며 “망의 효율화 차원에서 5G 전환을 위한 정책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5G를 떠나 LTE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이 늘면 LTE망 유지 부담이 늘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5G 투자 위축과 6G 진화에도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세대 진화 관점에서도 5G 품질 투자에 집중할 시점에서 투자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발표로 지난 7월 공개됐던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후속조치 중 이용자 후생 강화 정책은 상당 부분 일단락됐다. 통신비 논란을 넘어 시장구조 개선과 산업 생태계 진흥 정책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를 포괄하는 전반적 전기통신사업법 규제 체계 개선과 6G 기술 선점을 위한 오픈랜, 위성통신 등 네트워크 정책 지원에 힘이 실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