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야당 중진들 역시 거취에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에 열리는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보고의 말씀을 드린다. 빈 자리는 균형 감각과 열정을 가진 새 사람이 맡아주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갑에 출마해 당선된 뒤 같은 지역에서만 내리 6선을 했다. 21대 국회의원 중 최다선이다. 제19대 국회에서는 국회 부의장, 21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오영환·우상호 의원 등에 이어 세 번째다.
박 의원은 “23년 전 고향 대전에서 총선에 출마하면서 꾼 간절한 꿈은 지역주의 타파였다. 대전 서갑주민들이 내 호소를 품어줬고 크나큰 사랑 덕분에 연속 여섯번이라는 섬김의 기회를 얻었다. 정치 인생 동안 한 번도 당을 바꾸지 않았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아울러 “정치혁신의 물꼬를 본격적으로 트지 못했다. 국회가 삼권 분립 토대 위에 굳게 서서 상생·협치의 길을 여는 것은 아직도 먼 이야기”라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헌으로만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민주당 최다선인 박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다선 의원 용퇴론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권을 지역구로 둔 여당 다선 의원들을 향해 불출마나 수도권 출마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야당 역시 3선 이상 중진 용퇴론 등이 표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의원은 “내 불출마에 따라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돌아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용퇴론 등에) 영향을 미치리란 의도를 가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선수가 출마 기준이 돼선 안 된다. 정치도 노·장·청 결합이 가능할 때 발전할 수 있다”며 “청년의 패기와 장년의 추진력, 노장의 경륜·지혜가 함께 어우러질 때 발전할 수 있다. 이들의 비율은 시대 상황에 따라 조절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과 고향인 대전의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국가와 나를 키워준 대전에 대한 헌신은 계속될 것”이라며 “오랫동안 중국과 관계를 해왔다. 앞으로 중국과 한반도, 동북아 정세를 더 깊이 연구·분석하고 기여할 것이 있다면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