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업계는 인공지능(AI)에서 큰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작권법에 있어 AI에 대한 예외는 없습니다.”
벤 쉐프너 미국영화협회 부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함께 1일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개최한 '2023 국제 저작권기술 콘퍼런스(ICOTEC)'에서 이같이 밝혔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창작영역까지 진출하면서 법적·윤리적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영화업계도 AI에 주목하고 있다.
쉐프너 부사장은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강력한 도구로, 영화 산업에서 반복적인 작업은 물론 포스트프로덕션, 시각특수효과(VFX), 디블러링(De-blurring), 디에이징(de-aging), 색상 보정, 개체 정렬 등을 돕는다”고 말했다.
다만 쉐프너 부사장은 AI가 인간을 대체하지는 않는다는 관점에서 저작권법에 대한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한다. 그는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함으로써 창작성을 저작물성의 요건으로 하고 있다”며 “AI는 저작권법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I로 만든 작품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지, AI 시스템에서 저작물을 훈련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도 디지털 대전환에 걸맞게 AI에 대한 지식과 역량을 한 수준 더 높여야 하고, 동시에 'AI 윤리'와 관련된 사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명한 AI 이용자'가 됐을 때 AI와의 공존이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보기술(IT) 윤리에서 출발한 디지털 윤리는 사이버 윤리, 인터넷 윤리를 거쳐 지금은 AI 윤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AI 윤리는 AI가 지켜야 할 윤리가 아니라 양심있는 우리 인간 모두가 지켜야 할 윤리”라고 지적했다.
매튜 새그 에머리대 교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의 학습 데이터는 대부분 저작권이 있는 작품으로 구성돼 있어 저작권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저작권법이 생성형 AI의 주요 이슈인 이유”라고 전했다.
새그 교수는 “AI 모델 자체가 저작물을 침해하는 훈련 데이터의 복제품”이라며 “저작물에 기초한 파생물”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도 앞서서 AI 저작물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간다는 방침이다. 문체부는 생성형 AI 등장과 더불어 AI-저작권 관련 국내외 논의가 많은 가운데 쟁점 이슈에 가이드라인을 연내 발표한다.
임성환 문체부 저작권국장은 “저작권은 생성형 AI와 관련된 핵심 현안”이라며 “초거대 AI와 저작권 보호·이용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책과 규범을 수립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