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전규제 현실화 땐 AI 경쟁력 '자승자박'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사전규제 추진 의지를 꺽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만약 현실화하면 인공지능(AI) 시대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플랫폼 산업 경쟁력이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I 시대 우리의 무기인 토종 플랫폼을 고사시킬 수 있는 사전규제는 비이성적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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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플랫폼 업계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전규제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불공정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사전규제하는 내용이다. 이번주 초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업체의 갑질·독과점 규제가 자율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법적 규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세계 각국이 토종 플랫폼을 통한 AI 전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사전규제는 우리 플랫폼 기업을 '자승자박'하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플랫폼이 AI 기술 고도화를 통해 한국 시장을 적극 겨냥하고 있다. MS는 '빙' '챗GPT' 도입 및 한국어 답변 수준 개선했고 구글 AI 챗봇 '바드'는 영어 외 언어로 한국어를 첫 채택했다. 챗GPT의 오픈AI 역시 한국어 토큰 개선 계획을 공개하는 등 국내 시장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그러나 토종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어 특화 서비스를 강점 삼아 토종 AI 서비스를 개발·공개하고 있지만 해외 플랫폼 대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플랫폼 업계는 국내 플랫폼 기업이 오랜시간 AI 기술 개발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플랫폼 기업과 기술격차가 발생한 것은 '규제환경 탓'이라고 밝힌다. AI 기술은 곧 국력이라는 판단 아래 해외 각국 정부는 AI 개발을 주도하는 자국 플랫폼을 적극 육성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자율규제 방침이라고 공표했으면서도 국내 플랫폼에 '독점' 프레임 씌워 규제를 늘리고 있다. 그 결과 국내 플랫폼은 역차별로 국내에서도 설 자리 잃고, 해외 빅테크는 국내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플랫폼 성장 둔화뿐 아니라 해외 진출·투자 위축까지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내 플랫폼이 해외 빅테크와의 데이터 및 자본 경쟁에서 밀리면, 한국은 미·중을 제외한 전 세계 유일 자국 플랫폼 보유국이자 '독자적 초거대 AI' 보유국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법률서비스 혁신 '리걸테크'는 기득세력과의 8년간 지리한 다툼과 규제로 산업화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한 상황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들은 입법 허들을 넘지 못하고 의약계의 거센 반발 속에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혁신보다는 기존 체제를 지키려는 신호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 앞날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