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아랍권 국과와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 안정적인 중동 지역 진출 기반을 조성하게 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경제부 대외무역 특임장관과 한·UAE 통상장관회담을 개최했다.
이날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이를 확인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협상 타결을 기준으로 한-UAE CEPA는 우리나라가 24번째로 체결한 FTA다. CEPA는 FTA를 통한 상품·서비스 등 분야 시장접근 확대에 더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포괄적 교류 및 협력 강화와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포함했다.
산업부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 결과로 '신 중동붐'이 조성되면서 양국 통상당국간 한-UAE CEPA의 조속한 체결 필요성에 대한 강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반기 집중적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안 본부장과 알 제유디 장관은 한-UAE CEPA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양국간 교역·투자의 확대와 안정적이며 호혜적인 공급망 구축 계기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UAE CEPA 경제협력 챕터에 부속서로 포함된 에너지·자원, 바이오, 첨단산업 등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을 강화해 경제통상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로 활용하자는 데 공감했다.
중동 지역 핵심 우방국인 UAE와 우리나라의 교역규모는 2022년 기준 약 195억달러다. 양국간 상호 직접투자 규모는 2022년 누계 기준 약 71억달러다.
정부는 협상 타결 선언 이후 법률 검토 및 협정문 국문 번역 등 을 거쳐 내년 상반기 정식 서명을 추진한다. 이후 경제적 영향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 각국의 국내 절차를 거쳐 가급적 이른 시기에 협정이 발효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양국은 한-UAE CEPA를 계기로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에 나선다. 상품 시장은 전체 품목 중 우리나라 92.8%, UAE는 91.2%에 적용되는 관세를 협정 발효 후 최장 10년 이내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이 UAE에 수출하는 주력품목인 자동차·자동차부품, 전기전자 제품(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원동기 및 밸브, 합성수지 등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개방된다.
우리나라가 UAE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가장 비중이 큰 원유는 기존 3%에 달하던 한국 측 수입 관세가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이는 정유산업 원가경쟁력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원유 공급원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도니다. 대추야자 등 국내 생산이 없는 농산품목도 개방한다.
석유화학산업 주요 원료인 나프타 관세는 상호 5년간 50%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가격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한국 내 생산한 나프타의 UAE 수출도 타진할 수 있게 됐다.
서비스 시장에서는 온라인 게임, 의료서비스, 시청각, 건설 분야 등을 UAE가 그동안 체결한 CEPA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방했다. 또, 의료 서비스 개방으로 의원급·병원급 의료기관들의 현지 개원 및 원격 진료가 가능해진다.
정부조달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과 유사한 수준으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WTO GPA 미가입국인 UAE 조달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UAE는 자국 연방정부 디지털 조달 시스템을 활용하는 27개 연방기관을 모두 개방했다. 향후 동 시스템을 활용하는 연방기관이 확대되면 자동적으로 한-UAE CEPA가 적용되도록 합의했다.
한편 양국은 그동안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서 함께 발전시킨 협력 관계를 앞으로 더욱 가속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경제협력 조항은 물론 에너지·자원, 바이오 경제, 스마트팜, 헬스케어, 첨단산업 등 5대 핵심 협력 분야별 부속서를 포함했다.
UAE는 그동안 CEPA로는 최초로 에너지·자원 협력 부속서를 채택했다. 에너지 부문 상·중·하류, 재생에너지, 수소,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등 협력을 규정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