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생산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R&D 투자 규모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할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세액공제 방식을 도입하고 정부 출연연구기관 혁신 등이 조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역협회가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제8차 무역산업포럼 겸 제43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산학연 전문가들은 이 같이 제언했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 겸 산업연합포럼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7년 3.23%, 2019년 2.85%에서 올해 상반기 2.59%로 1999년 수준으로 하락했다”면서 “노동에 의한 가격경쟁력 확보 애로 감안시 기술에 의한 가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R&D 투자 규모는 크지만 성과는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21년 4.93%로 세계 2위, 절대 규모는 세계 4위 등 R&D 투자가 세계적 수준이나 성과는 의문”이라면서 “성과 부진은 대·중소기업 차별, 정부 R&D 관료주의 불가피성, 정부 예산의 40% 이상을 쓰는 출연연의 비효율성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또 대기업에 대한 R&D 지원은 줄어드는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부회장은 “산업부 R&D 자금은 2011년 대기업 17.7%, 중소기업 25.5%에서 2021년엔 각각 5.0%, 42.7%로 배정됐다”면서 “반면 중소벤처기업부 R&D 예산은 2011년 6500억원에서 2019년 1조원 이상으로 확대돼 대·중소기업간 지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R&D 현금지원에서 세액공제 방식 전환 △출연연 혁신 △자율·책임 중심 연구관리 체제 개선 △좀비기업 연구소 구조조정을 제안했다.
이날 다른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R&D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오현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본부장은 “정부가 R&D 예산 삭감·효율화를 주문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 R&D투자 대비 낮은 생산성'이라는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 수요, 투자가 공공으로 유입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위원은 “최근 탄소감축과 공급망 강화, 고부가가치화,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로 석유화학 업계 R&D 체계 개편은 필수적”이라면서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은 산업별 협회·조합이 R&D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산학 공동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