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의 무지(無智) 무득(無得)]성인처무위지사(聖人處無爲之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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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도(道)를 '이러저러한 것'이라고 하면, 그것은 상식적으로 알려진 그러한 도(道)가 아니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의 첫 문장이다. 도(道)라는 것을 쉽게 말하면 '우주적 원리'라 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의 본질과 가치, 끝없이 변화하는 방식, 그리고 변화의 무한 반복에도 스스로 자(自) 그러한 연(然) 방식으로 지켜지는 바로 그 본질과 가치를 아우른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실존적 우주인 천(天)과 지(地) 사이에는 시간과 공간 속에 도(道)가 존재한다. 이러한 '우주적 원리'를 깨닫고, 그에 맞춰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에게 얻어지는(득·得) 것이 바로 덕(德)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적 동물로서 천지간을 살아감에 있어, 매 순간 사고와 행동 준거가 바로 윤리이자 올바른 가치관이며 이는 이상사회 실현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특히, 사회 리더에게는 더욱 강력한 윤리, 올바른 가치관, 나아가 덕(德)이 요구된다. 그 사람들은 엄청난 사회적 혜택을 입고 그 자리에 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론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 왔겠지만, 그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과정에는 수없이 많은 행운과 주변 사람의 희생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한 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사회적 리더들은 이렇게 얻은 혜택을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충실하게 수행함으로써 그들이 속한 사회로 되돌려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책무'다. 위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리더로서 도(道)를 따르는 것이다. 도를 따르지 않는 이들은 리더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도를 따르지 않은 바에야 차라리 필부필부로 지내는 것이 이 사회를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 더 나을 수도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토착 비리나 각종 불법을 자행하는 국회의원, 내부 기술을 외부에 팔거나 높은 임금을 받고 전직해 그 기술을 써먹는 사람, 입시학원과 결탁해 검은 돈을 벌고 있는 교사, 엄청난 사회적 혜택을 받았음을 잊은 채 입시 비리를 자행하고, 정치적 명성을 좇거나 외부 활동을 통해 돈을 버는 데 여념이 없는 교수.

이들에게는 공통 특징이 있다. 부지런하다. 하긴, 자신의 직업적 책무를 다 하는 척도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사적 이익과 영달을 추구하자면 남들보다 바쁘게 살아야 하긴 하겠다. 또 다른 특징은, 제법 말을 잘 한다는 것이다. 그저 말을 잘 한다. 맥락도 논리도 철학도 없는 말을 잘 한다. 그런데도 그 말이 효과적으로 통하는 대상이 있다.

이들에게 노자 도덕경의 말 한 마디를 전한다. 성인처무위지사(聖人處無爲之事). 사회적 리더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담아두고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 준거다. 노자의 무위 사상에 따라, 절대로 어떠한 일도 스스로 그릇되고 사특한 의지와 욕망에 따르는 사고는 물론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위험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잘못된 리더가 신념을 가진다면 그것이야 말로 위험하기 그지없다. 항상 자신의 사람됨을 돌아보고, 스스로 생각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올바른 지를 간단없이 확인해야 스스로에게 가치가 주어질 것이다.

생이불유(生而不有) 위이불시(爲而不恃)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생성의 열매를 소유하려 하지도 말고, 행동거지에 어떠한 사특함도 없어야 하며, 비록 공을 이뤄다 하더라도 그 공 안에서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자리를 잃는 일이 없게 된다.

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klee@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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