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TP 리뷰1]게임체인저로 부상하는 '오픈랜(O-RAN)'

중국 기업 화웨이·ZTE와 유럽의 에릭슨·노키아 중심으로 굳어진 철옹성 같았던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이 기존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틀을 제시한 '개방형 무선접속망(O-RAN: Open Radio Access Network)'을 통해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방형 무선접속망, 즉 오픈랜은 기지국 등 무선 통신장비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분리해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 간 상호 연동을 가능하게 하는 표준기술이다.

통신장비 간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API) 등 SW 요소를 하나의 통일된 기준으로 규정하고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지국은 보통 무선신호처리부와 분산장치, 중앙처리장치 등으로 구성되는데, 기존에는 이 장비들이 모두 동일 회사 제품이어야만 상호 연결이 가능했다. 기존 환경에서는 특정 제조업체에 종속돼 다른 공급업체 진입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장비를 혼합 사용할 경우 네트워크 성능 저하가 발생했다.

향후 오픈랜 환경이 되면 화웨이 무선신호처리부에 삼성전자 분산장치를 상호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단일 공급업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어 다양한 장비 활용이 가능하고 생태계 발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체 간 경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특히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이 특정국가 및 기업이 독점하는 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이에 대응하고자 오픈랜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통신 업계가 중국과 유럽의 통신장비 시장 견제를 위해 오픈랜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픈랜은 세 가지 핵심 키워드로 '개방화' '가상화' '지능화'를 표방하고 있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개방화인 듯 하다. 개방화는 화웨이, 에릭슨 등 글로벌 기지국 장비 제조업체가 자사 기지국 장비 내부의 인터페이스를 오픈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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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접속망(RAN) 환경 변화.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은 오픈랜 시장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은 현재 중국과 유럽 장비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은 중국(43.5%)과 유럽기업(43.5%)이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는 7.6%로 5위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이 연내 오픈랜 설치 계획을 밝혔으며 일본의 라쿠텐 모바일은 자회사의 클라우드와 연계해 망을 오픈랜으로 변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한 개발도상국들이 오픈랜을 도입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옴디아는 오픈랜 시장이 2021년 12억달러(약 1조5920억원)에서 2026년 64억달러(약 8조4930억원)로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관협력을 통한 글로벌 생태계 조성

오픈랜이 활성화되면 화웨이나 에릭슨 같은 기존 통신 장비 시장 주요 사업자들에게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 삼성전자나 중소 제조사들에는 주요 사업자들이 선점하고 있던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최근 정부도 민관 협력 기구를 만들고 오픈랜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오픈랜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ORIA)' 선포식을 개최했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오픈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30여개 기업·기관이 참여했다. 이에 정부는 오픈랜 장비 국제인증체계(K-OTIC)를 구축하는 등 '오픈랜 활성화 정책 추진방안'을 통해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철저한 준비로 글로벌 주도권 확보

우리나라는 네트워크 제조 산업의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미국 등 동맹국과의 오픈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중국 기업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통신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신부품·장비·SW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해 나가는 한편 국내·외 표준 개발을 위해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글로벌 공동연구와 협력도 중요할 것이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오픈랜이 활성화되면 저렴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인터넷 접근성도 높아져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타산업으로 파급효과가 클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각되고 있는 오픈랜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통해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을 선도하는 우리나라가 되길 간절히 고대해 본다.

글 : 도승희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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