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중소기업에 찍힌 카르텔의 낙인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내년 예산이 대폭 줄어든 중소기업 분야 R&D는 더욱 그렇다. 내년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 예산은 85%가 깎여 나갔다.

'뿌려주기·나눠먹기식 R&D', '좀비기업' 등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R&D가 '카르텔'의 핵심으로 지목되면서다. “부처·사업 간 유사·중복 등 비효율적 요소를 줄이기 위한 범정부 R&D 개편 일환으로 조정된 것”이라는게 중기부 공식 해명이다. 물론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졸지에 중기부도 R&D 카르텔을 방조한 당사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중기부도 문제를 인지한지 오래다. 중소기업 R&D가 나눠먹기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일부 문제가 있었다. 지난 정권에서 급격하게 규모를 불리면서 타부처 질시를 받은 탓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간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갔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일몰 도래하는 지원 사업을 대체하기 위해 신규 지원사업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까 전전긍긍이다.

중소기업은 말이 없다. 기초과학 분야와 달리 예산 삭감에 대한 반발도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러나 한계기업은 점점 늘고 있다. 목소리를 낼 여력이 없다. 국가 R&D 예산의 10%가 채 안되는 푼 돈이 이들 기업에게는 한 줄기 빛이 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좀비기업, 이권 카르텔이라는 낙인을 찍어가며 도태만 시킬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 목소리를 듣고 다른 대안이나 발전방향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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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Using euro money to invest in a new small business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