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생성형 인공지능(AI)이란 용어가 어느 순간 우리 산업과 삶 속에 파고들었다.
생성형 AI 대표주자 '챗GPT'를 시작으로 지난 9개월간 국내외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였고 개발 중이다.
AI 후발주자로 꼽히던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생성형 AI를 곳곳에 접목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업체와 콘텐츠 기업, 공공·학계까지 생성형 AI 기술과 서비스로 디지털 혁신을 만들고 있다.
생성형 AI는 올해 첫 걸음을 내딛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일상생활과 업무·교육 환경까지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내년부터 기술과 서비스 등이 현장에 뿌리내리면서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통사, 통화요약부터 육아상담·AI 광고까지
국내 이동통신사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새 성장 동력 마련에 한창이다. 개인용(B2C) 영역뿐만 아니라 인프라부터 솔루션, 응용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제공하는 'AI 풀스택' 전략을 앞세워 기업용(B2B)까지 입지를 넓힌다.
SK텔레콤은 AI컴퍼니로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자강'과 '협력'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자체 개발 초거대언어모델(LLM) 에이닷 고도화와 함께 AI 생태계 동맹을 형성해 외부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오픈 베타 형태로 출시한 에이닷은 SK텔레콤 AI 전략의 핵심이다. 초개인화 AI 비서와 감성형 대화 등 차별점을 앞세워 가입자 100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에이닷은 개인 선호도에 맞춘 볼거리와 콘텐츠를 캐릭터와 함께 홈 화면에서 바로 즐길 수 있도록 배치했다. 회사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타이탄'으로 자체 LLM도 고도화했다. 이를 통해 AI가 이용자 복잡한 의도와 문맥을 파악해 연속적으로 말을 주고 받는 등 보다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이루다 운영사인 스캐터랩 감성대화 기술을 적용한 감성형 AI 에이전트 '에이닷 프렌즈'도 선보였다. 덕분에 정보를 요구하는 지식대화 대비 5배 이상 대화량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에이닷을 통해 셀피를 올리면 AI가 실물보다 나은 고화질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주는 'AI 모션프로필', 통화 내용을 요약해 보여주는 '통화요약 서비스' 등 킬러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며 슈퍼앱으로 진화 중이다. 에이닷 글로벌 진출을 위해 SK텔레콤아메리카(SKTA)에 390억원 추가출자도 단행했다.
SK텔레콤은 연내 에이닷 정식버전을 내놓는다. 정보 제공과 감성 대화를 넘어 기업 맞춤형 서비스로 영역 확장을 꾀한다. 대용량 텍스트에 강점을 가진 엔트로픽 LLM, 한국어 데이터가 풍부한 코난 LLM을 에이닷과 결합해 기업·공공기관 등에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KT 역시 클라우드 강점을 기반으로 AI 풀스택 전략을 가속화한다.
다음 달 정식 출시하는 초거대 AI '믿음(Mi:dm)'은 KT AI 사업의 구심점이다.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가 자체 개발 중인 LLM '믿음'은 경량화 구조와 멀티태스킹, 유연한 외부 데이터 학습이 강점이다. AI컨택센터(AICC)를 시작으로 각 서비스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KT는 현재 구독형 AICC 서비스 '에이센 클라우드' 상담 요약 업무에 믿음을 활용 중이다. 믿음 정식버전이 출시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보이스봇·챗봇에도 생성형AI를 적용할 예정이다. AI봇이 고객 의도와 맥락,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응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의도분류 정확도는 5%, 상담 후처리 속도는 20%, 지식학습 구축속도는 30%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KT는 음성·영상 기술에도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다양한 목소리로 만들어 주는 '음성 합성' 기술이 대표적이다. 짧은 녹음만으로도 타겟 화자의 목소리를 복원해 녹음하지 않은 문장도 텍스트로 입력해 합성한다. 목소리 종류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으며 고인의 목소리도 복원 가능하다.
이 기술은 AI 전문상담 서비스 '오은영 AI 육아상담'에도 적용됐다.
이 서비스는 AI가 전문 영역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학습하고, 개인화 음성 합성 기술로 전문적 상담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보호자의 어려움을 감성적으로 공감하고, 대화를 통해 상담에 필요한 문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한다. 여기에 문제 상황에 적합한 외부 전문 지식을 실시간으로 검색한 후 답변을 생성한다.
KT '영상 생성' 기술은 화면의 객체 인식, 모션 분석 등 이미지 및 영상 처리 분야에서 AI를 활용한다. 대표 사례로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에 적용되는 'AI NPC' 지니펫이 있다. 믿음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며 멀티모달 형태 TTS, 아바타 모션 등을 활용해 이용자와 일상적이거나 감성적인 대화를 나누며 상호작용 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체 AI 브랜드 '익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다만 생성형 AI 경우 자체 개발 대신 그룹사 초거대 AI인 '엑사원'과 오픈AI의 '챗GPT'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다른 이통사와 차이점이다.
LG유플러스는 영상광고 제작에 생성형AI를 활용한다. 지난달 업계 최초로 챗GPT로 시나리오를 짠 광고를 송출했다. 광고 속 영상 생성은 AI 이미지 기업 스테이블디퓨전, 목소리 생성은 LG유플러스 자체 음성 AI 기술을 활용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성형 AI가 광고 텍스트 시나리오로 제작한 뒤, 장면 별 이미지와 영상을 시각 AI로 생성·편집했다.
회사 측은 “한 달가량 걸리는 시나리오 제작 과정이 챗GPT를 활용해 단 사흘 만에 끝났고 전체 작업 기간도 3분의 1로 줄었다”며 “광고 제작 비용도 평균대비 75%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