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DNA 확인 DTC 검사
국내는 '불법' 해외선 '합법'
생명윤리법에 막혀 난항
해외 사업자에 시장 뺏겨
국내 기업의 소비자직접의뢰(Direct To Consumer, DTC) 유전자 검사 사업이 규제로 막혔다. 그 사이 해외 사업자가 국내에서 활발한 마케팅으로 시장을 점령했다. 국내에선 암·치매·파킨슨병 등 질병 DNA 확인 DTC 검사가 '불법'이지만 해외에선 '합법'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역차별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유전자 검사 기업인 서클DNA(CircleDNA)는 이커머스몰에서 유전자검사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 검체처럼 구강을 문지른 뒤 검체를 반송봉투에 담아 해외로 보내면 된다. 10~15일 뒤 한국어로 된 리포트를 앱으로 받아볼 수 있다.
DTC 유전자 검사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유전자 검사기관을 통해 질병 예방과 관련해 받을 수 있는 검사다. 국내 사업자는 규제로 인해 101개 항목을 소비자에 알려줄 수 있다.
반면 해외 사업자인 서클DNA는 국내 사업자의 5배에 달하는 500가지 이상 항목을 제공한다. 국내에선 병원을 방문해 검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유방암·대장암·간암·폐암·갑상선암·고혈압·뇌졸중 등 총 36가지 종류의 암과 치매·알츠하이머·조울증·조현병·파킨슨병 등까지 DNA 검사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국내는 이들 항목의 DTC 제공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해외 서비스는 현재 위타민을 통해 국내 유통되고 있다. 가격은 정가 85만원으로 2개 키트 구매시 개당 42만원에 구매가 가능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서클DNA는 한국어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을 노리고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해외사업자인 텔미젠, 23앤드미 등도 DTC 유전자검사 키트를 직구 형태로 판매 중이다.
문제는 국내사업자가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암·질병 항목검사가 생명윤리법에 막히면서 해외 사업자에 시장을 뺏기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DTC 사업자들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유전자검사역량 인증제(이하 DTC 인증제)'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7월 도입된 DTC 인증제는 DTC 유전자검사기관의 △검사 항목의 적절성 △검사 정확도 △광고 및 검사결과 전달 △개인정보 보호 등을 평가해 인증한다. 복지부는 검사항목을 올해 6월 기존 81개에서 101개로 확대했다.
하지만 민감하고 위험한 질병 DNA는 빠져있다. 국내 사업자 DTC로 알 수 있는 것은 곱슬머리, HDL 콜레스테롤 농도, LDL 콜레스테롤 농도, 체지방량, 혈청 단백질 농도 등이다. 해외 사업자가 제공하는 유방암·대장암·간암·폐암·갑상선암 등 민감질병 DNA는 알지 못한다.
복지부는 이같은 사태를 인지하고 있지만 해외처럼 민감질병 DNA 항목을 DTC에 확대하기 보다는 국내에 들어온 해외사업자를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치매나 암 등은 DNA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력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가 DNA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하는게 맞다”면서 “유전자 변이가 한 두개 있다고 해서 반드시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DTC인증제 도입 당시 국내에서 유전자 키트를 판매하던 일부 해외 기업이 더 이상 한국인 마케팅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국내 소비자가 우회해서 신청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면서 “국내 DTC인증제를 받지 않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은 생명윤리법 위반으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는 '역차별'이라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DTC 유전자검사 규제는 자격을 갖춘 한국 검사기관의 사업 기회만 제한하는 역차별”이라면서 “디지털헬스케어라는 중요한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 모델을 허용하고, 서비스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