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좋은 기술이라고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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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법'을 시행했다. 공공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반쪽자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공공은 '난공불락' 시장에 속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이 클라우드를 도입해 공공과 민간 혁신을 이뤄내는데 우리나라만 뒤처진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클라우드 시장도 변화 움직임이 감지됐다. 대표적으로 '공공 마스크 앱' 시스템 과부하를 민간 클라우드와 연계해 해결하며 공공 클라우드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백신 예약, 재난지원금 신청 등 주요 공공 시스템에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클라우드 효과를 체감한 정부는 2025년까지 모든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2021년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단순 클라우드 도입을 넘어 공공분야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을 추진한다. 2021년에 발표한 계획을 수정해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여정을 새롭게 만드는 중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단순한 인프라(서버, 스토리지 등) 전환을 넘어 아키텍처, 애플리케이션, 개발환경까지 클라우드에 최적화한 상태로 구현하는 최고 성숙도 단계다. 민첩성, 가용성 등 클라우드 이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이상적 시스템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위원회는 4월 공개한 실현계획을 통해 주요 시스템 70%를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최근 간담회에서는 정보자원 1만3276개를 2030년까지 100%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우려 목소리를 낸다. 클라우드 네이티브가 좋은 기술이자 개념이지만 모든 상황에서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에 적합한 시스템을 취사 선택해야 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주요 이벤트로 인해 대용량 접속 트래픽이 발생하고 수시로 시스템 변경이 필요한 업무에 최적화됐다.

지자체 시스템은 주요 광역시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연간 정해진 일정대로 지역 주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충실하면 된다. 오히려 클라우드 네이티브 보다는 노후화된 시스템 개편이 시급한 곳이 많다. 반면 정부24나 홈택스 등 대국민 서비스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시 수시로 바뀌는 시스템 적용과 대용량 트래픽 대응 등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최근 디플정위원회가 개최한 '정보화 사업구조 혁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클라우드 전문가 그룹도 공공 서비스(앱)의 중요도, 트래픽 패턴, 확장성·민첩성 요건에 따라 클라우드 네이티브 도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라우드에 앞서 2010년대 초반 빅데이터 열풍이 불었다. 작은 지자체까지 빅데이터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시간이 흘러 상당수 빅데이터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됐다. 실제로 빅데이터 수준에 못미치는 데이터를 보유한 곳이 많았고 시스템 구축 후 이를 관리·활용할 지침, 인력, 예산이 없는 곳도 대다수였다. 좋은 기술이라고 무턱대고 도입했을때 발생하는 시간·예산 낭비 대표 사례다.

정부는 조만간 클라우드 네이티브 로드맵을 발표한다. 단순 몇 %식의 목표는 중요하지 않다. 적합한 분야를 선정해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확산하는 질적 도입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클라우드 도입률이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게 공공 클라우드 상황이다. 현실에 적합한 방향을 제시하길 바란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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