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엘리멘탈' 명품 조연,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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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버(불)와 웨이드(물)가 손을 잡는 장면. [출처=디즈니]

영화 '엘리멘탈'은 서로 다른 존재 간 사랑을 그린다.

영화는 4대 원소를 의인화했지만 물과 불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구름인 게일에게 마음이 갔다. 게일의 도움으로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이 연결됐기 때문이다. 불인 앰버와 물인 웨이드는 관습대로라면 만날 수 없다. 엠버는 게일이 만들어 준 공기막으로 물 안에 들어가게 된다. 불이 물 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구름이 만든 혁신 덕분이다.

앰버와 웨이드가 공기막을 사이에 두고 융합을 경험하면서 관습은 깨지기 시작한다. 물과 불은 서로를 만지면 한쪽이 사라진다고 믿었다. 앰버는 물과 불이 만나는 건 재앙이라며 뒷걸음쳤다. 그럼에도 웨이드는 엠버 손을 잡는다. 우려했던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다. 플라토닉 러브에 그칠 뻔한 관계에 스킨십이 더해졌다. 물과 불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장면이다.

고대 철학자는 모든 존재가 4대 원소로 이뤄졌다고 믿었다. 디지털 세상까지 내다본 혜안일까. 구름(클라우드)은 소프트웨어(SW) 시대에도 근원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웨어와 이를 담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 SW는 더이상 IT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모두 클라우드가 밑바탕이다. 이제 클라우드는 옵션이 아닌 기본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클라우드 도입률이 저조하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애널리시스 메이슨은 지난해 한국 클라우드 서비스 지출액을 5조 2000억원,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9조 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선진국 대비 적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보안 우려가 클라우드 도입을 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정부는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에서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을 비롯한 일부 산업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강력한 규제도 남아있다.

신기술 도입에서 훌륭한 방어기제로 작동해온 '전통적 보안'은 우크라이나에서 힘을 잃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데이터센터를 미사일로 폭격했다. 사이버 공격으로 시스템까지 무력화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정부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러시아 침공 전에 정부 시스템에서 중요 자료를 클라우드로 분산해두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가 아니었다면 우크라이나는 교통·행정 마비와 함께 에너지 시스템 해킹으로 정전 사태까지 겪었을 것이다. 클라우드가 만든 사이버 보안이다.

보안도 분명 중요하다. 다만 클라우드 도입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이 돼선 안 된다. 보안에 가장 민감한 미국 국방부도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우리 기업과 정부도 클라우드 도입을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혁신은 기본 원소인 클라우드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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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호 ICT융합부 기자〉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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