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반도체 신화에는 '터닝포인트(turning point) 리더십'의 지혜가 녹아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후발 기업이 1등이 되고, 작은 기업을 거대 기업으로 만드는 터닝포인트 리더십은 우리 역사를 가득 채운 '역전 DNA'에 뿌리를 두고 있다. 터닝포인트 리더십은 '태풍의 눈' 속에서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 리더들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리더십이다. 이는 네 요인으로 이뤄진다.
첫째, 터닝포인트 리더는 '생산적 에너지를 축적'한다. 생산적 에너지는 구성원이 리더의 '스피릿(spirit)'을 나누어 가질 때 발생한다. 최고의 인재가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이건희 회장이 추진하던 '반도체 신화' 정신에 공감하고 내면화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긍정, 지원, 격려는 생산적 에너지를 만들지만 부정, 냉소, 배타 심리는 파괴적 에너지를 양산한다. 터닝포인트 리더가 수행하는 모든 소통과 관리하는 시스템은 파괴적 에너지를 줄이고 생산적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둘째, '집단적 긴장감'(collective tension)을 조성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삼성전자 분기 이익이 10조원을 돌파했는데 '위기'라고 한다는 점이다. 위기의 개념이 다른 것 같다. 5년, 10년 후 1등을 뺏길 가능성이 1%라도 있으면 위기로 보는 것이다. 집단 긴장감은 행동을 단순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지엽적 행동을 유보하고 핵심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복잡계 이론에서 '적응적 긴장'(adaptive tension)이라고 하는 집단 긴장감은 초(超) 경쟁 시대, 승리를 위해서 터닝포인트 리더가 구성원 마음에 깊이 심어줘야 하는 필수품이다.
셋째, '성공 집념'이 매우 강하다. 터닝포인트 리더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끈질기게 최후의 성공을 향해 질주한다. 성공 집념이 강하면 시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투자한다. 일정 기간 투자한 뒤 수익을 챙기고 떠나는 투자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인텔의 전설적 최고경영자(CEO) 앤드루 그로브의 “오직 편집광(paranoia)만이 살아남는다”라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1983년 도쿄 선언에서 반도체 진출을 공식화한 후, 1993년 반도체 D램 세계 1위로 올라설 때까지 이건희 회장은 편집광처럼 투자했다. 이러한 강한 '성공 집념'이 오늘날 초격차를 만들었다.
넷째, '지적 공략'(intellectual thrust)으로 돌파한다. 이 회장은 스스로 공부하는 리더였다. 특정 주제 최고 전문가를 초빙해 개인 교습을 받는 일도 많았다. 학습이 취미였다. 그는 단순 학습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배운 내용에 창의성을 더해 최고의 선택과 판단과 결정을 했다. '검증적 사고'(critical thinking)을 통해 독창적인 반전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낭만적 리더들이 많다. 책도 많이 읽고 좋다는 강의도 많이 듣지만, 이것저것 남의 것을 흉내 내기에만 급급하다. 도입하는 정책이 앞뒤가 안 맞고 왜 도입했는지 자신도 이유를 모른다. 독창적 '지적 공략능력'이 리더의 그릇을 결정한다.
한 나라 최고위 리더 층은 약 0.1%이다. 5000만 한국인 중 5만명이다. 그 밑의 1차 팔로워를 10명으로 잡으면, 50만명이 준 리더 층이다. 2차 팔로워까지 포함하면 500만명이 된다. 이들이 우리나라 운명을 좌우한다. 500만 리더를 반전을 만드는 터닝포인트 리더로 키우자. 우리 미래는 이들에게 달려있다.
백기복 휴넷 글로벌리더십연구원장 baikkb@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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