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학연구소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소속 과학자 프랭크 윌렛(왼쪽)이 ALS 환자 팻 베넷의 뇌 신호를 읽는 소프트웨어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스탠퍼드 메디슨/스티브 피쉬
미국의 68세 여성 팻 베넷은 젊은 시절 승마 선수로 활약하고 매일 조깅을 할 정도로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 병에 걸리게 되면서 그의 몸이 점점 마비되기 시작했다. 베넷은 “대부분 루게릭 병의 증상을 팔과 다리의 마비로 생각하지만, 실제 환자 그룹에서는 언어 장애도 많이 보였다.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 의대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스탠퍼드 메디슨에 따르면 루게릭 병 환자들은 팔, 다리, 손, 그리고 손가락 주변부에서 증상을 가장 먼저 느낀다. 이 경우에는 척추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베넷은 뇌간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팔다리의 마비보다 입술, 혀, 후두 및 턱 근육의 마비가 먼저 시작됐다. 2021년에는 완전히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손가락을 움직여 타이핑을 해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마저도 점점 힘들어지자 베넷은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임상 실험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3월, 연구팀 신경외과 의사는 베넷의 뇌 표면을 따라 두 쌍의 센서를 이식했다. 하나씩 작은 알약크기인 센서가 배치된 곳은 음성 생성과 관련이 있는 영역. 말을 하려고 할 때 수반되는 뇌 활동을 읽어내기 위함이다.
수술 한달 후부터 연구팀은 이 신호를 해석하는 소프트웨어에 베넷이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도왔고, 베넷은 4개월 후 분당 62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일반적인 영어 사용자는 분당 약 160단어를 구사한다. 베넷의 뇌 임플란트 수술에 참여한 외과 의사 제이미 헨더슨은 “베넷의 속도는 그가 점점 자연스러운 대화 속도에 근접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곧, 계속해서 사회에 속하며 아마도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헨더슨 교수는 뇌 임플란트 기술을 텔레비전에 비교했다. 그는 “화면의 픽셀 수를 늘리면 더욱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뉴런을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전극을 가진 장치로 업그레이드해 뇌 활동의 더 높은 해상도의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베넷의 뇌에 이식된 센서는 약 120개의 전극을 가졌다. 사용 단어를 50단어로 제한했을 때에는 번역 오류가 9.1%로 낮았던 반면, 12만 5000단어로 늘리자 오류율이 23.8%까지 올랐다. 논문 저자들은 아직까지는 이처럼 오류율이 높아 일상생활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지만, 향후 더 많은 채널과 노의 신호를 읽는 전극을 추가해 오류율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