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 정치권 '거대 뇌관'으로…與 “상황 예의주시” vs 野 “국민 안전 비상사태 선언”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오는 24일부터 앞으로 30년간 방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치권의 거대 뇌관으로 점화됐다. 야당은 이번 일본 정부의 결정에 들러리를 섰다며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국민 안전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여당은 이러한 민주당의 움직임을 '정치공세'로 규정하는 한편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정부가 22일 오전 10시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일정을 확정하자마자 국회 로텐더홀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오염수 테러를 당장 중단하라'는 규탄 결의대회를 가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결정이 전 인류와 바다 생명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천인공노할 범죄”라며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근간인 바다를 자국의 핵 쓰레기장으로 전락시킨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라며 규탄했다.

이어 “일본은 30년 전 러시아의 핵폐기물 투기를 문제 삼으며 핵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하도록 런던협약 개정을 끌어낸 장본인”이라며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일본의 '내로남불'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국민 80% 이상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학을 빙자해 오직 일본의 편에 서서 일본의 입맛대로 오염수의 안전성을 홍보하며 일본 정부의 잘못된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까지 잃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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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2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방류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용납할 수 없는 이번 결정에 들러리를 서고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윤석열 정권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오염수를 막을 마지막 기회였던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대통령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지금부터 민주당은 국민 안전 비상사태를 선언한다”며 “핵 오염수 투기 중단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일본대사관 앞을 찾아 규탄 기자회견도 개최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 움직임을 '정치공세'로 규정하는 한편 과학적 검증이 우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정부 기조에 힘을 실었다. 이날 국힘은 정부에 일본 측의 오염수 방류개시 결정과 관련해 △오염수 데이터 모니터링 △현장사무소 전문가 참여 △수산물 안전관리 등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바다지키기TF'라든지 또 관련 상임위 간사들하고 우리 당에서 조치해야 될 사안에 대해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힘은 우리바다지키기TF는 이날 오후 해양수산부 등과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을 맺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