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와 '갓생', 그다음은? [지브라도의 트렌드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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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욜로의 시대였어요.

'yolo'(욜로).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자는 뜻이 담긴 용어. 2017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 케어'를 홍보하면서 'yolo, man'이라고 마무리하는 동영상이 큰 인기를 얻고 yolo라는 단어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죠.

2017년 9월 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오른 '욜로'는 SNS상에서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꾸준히 20만여 건의 언급량을 기록했지만, 2020년 갓생이 새로운 유행어로 등장하며 서서히 줄어 2022년에는 10만여 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어요.

2020년은 플렉스의 시대

'플렉스'는 힙합 문화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인데요, 1990년 미국 힙합 문화에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란 의미로 사용됐어요. 이면에는 힙합 음악을 통한 흑인들의 지위전복이 자리하고 있죠. 2019년 들어 래퍼 기리보이, 염따 등이 이 말을 사용하며 유행하기 시작한 뒤 음악시장을 넘어 소비시장까지 흔들었어요. 특히 플렉스를 목표로 돈을 모은 1020세대들이 명품 구매를 시작하면서 사회 전반적인 확산으로 이어졌죠.

2022년은 갓생의 시대

'갓생'은 2020년에 처음 등장했는데요. 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합친 신조어예요.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인생을 갓생이라고 부르죠.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뉴스와 블로그 및 SNS 등 모든 콘텐츠에서 갓생의 언급량을 측정한 결과, 갓생은 2020년 첫 등장 이후로, 1년여 만에 욜로와 플렉스의 언급량을 초월해 2020년에는 27만여 건, 2022년에는 64만여 건이 언급되었어요.

갓생은 왜 등장했을까요?

사회학자에 따르면 갓생은 개인의 삶을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불안심리에서 파생되었어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산격차는 벌어지고 부유층의 욜로와 플렉스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 결과를 결국 본인이 책임져야했거든요. 언제 다시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20대들에게 갓생을 통해 언제든 잘 살기 위한 준비를 하도록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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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과 N잡

갓생이 트렌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갓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등장했기 때문이에요. 매일 아침 식사를 만드는 유튜버, 일과 운동을 병행하다가 프리랜서 트레이너로 투잡을 뛰는 직장인, 주말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뛰는 샐러리맨, 공부하면서 시간 날 때 배달하는 대학생 등.

바쁜 일상 속 틈을 내 돈을 버는 이들의 삶을 보며 많은 사람이 자극받았어요. 요즘 세대는 자신의 일상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 많이 올리고는 하는데요. 갓생을 사는 이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나도 한 번 해볼까?” 혹은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셈이에요. 어떻게 보면 미디어 플랫폼의 가장 건전한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20대에게 물었다. 욜로, 갓생 이 다음은 무엇이 올까요?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20대에게 물어보았어요. 과연 이다음엔 무엇이 도래할 것 같냐고. '모든 것에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가 오지 않겠냐란 답이 돌아왔어요. 지금도 가성비, 가심비, 갓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핵심은 더욱더 심화되고 임금이 양극화될 것 같다는 점이었어요.

지금 우리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대가 취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취업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젊은 세대의 비율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요. 갓생의 여파인 걸까요? 기성세대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일까요. 이들은 자신과 맞는 직장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고 언제든 관둘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젊은 층은 앞으로 사회에서 차지할 자리가 더 많을 거예요.

반대로 지금 구직을 포기한 이들은 연령대가 높아지면 직장을 구하기 더 어려워질 거고요. 이런 부분에서 임금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지 않겠냐는 대답을 한 거였어요. 점점 더 개인의 인생을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오는 셈이죠.

플렉스 이후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로 국제정세는 전과 같지 않게 되었어요. 연령대 상관없이 전 세대가 소득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어요. 인구는 줄어들지만,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이루어지던 정년퇴직은 지금의 세대에겐 너무 이르게 느껴져요. 젊은 세대는 일을 하고 있어도 내 집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안고 있고요. 상황이 이러니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돈을 모으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요. 위기가 다시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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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순간 모든 초를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칠 거예요. 하나라도 허튼 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 월급을 쪼개고 더 극한의 가성비를 따지게 될 거고요. 자포자기하는 이들은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고요. 삶을 포기한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율이 높아질 수도 있을 듯싶어요. 암울한 디스토피아 영화처럼요.

앞으로는 스스로 생산하고 스스로 저축하고 스스로 소비하는. 모두가 자신을 하나의 작은 나라로 취급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룩말 에디터 lookm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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