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과 쿠팡이 4년 만에 거래를 재개한다. 두 회사는 지난 2019년 공급가 갈등을 빚으며 발주를 중단했다. 화장품 등 생활용품과 온라인 유통에서 각각 1위 타이틀을 쥔 두 기업의 힘겨루기였다.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LG생건은 반(反)쿠팡연대 선봉장에 서기보다 실리를 취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해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생건은 내달부터 쿠팡에 코카콜라 등 일부 음료 제품을 공급한다. 음료에 이어 주력 제품인 화장품·생활용품까지 순차적으로 입점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로켓배송을 통해 LG생건 주요 제품 구매가 모두 가능해질 전망이다.
양 측이 거래를 재개하는 것은 지난 2019년 5월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LG생건은 쿠팡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후 지난 2021년 공정위는 LG생건 주장을 받아들여 쿠팡에 과징금 33억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지난해 2월 불복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쿠팡과 공정위 간 법정 다툼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이 끝나기 전 LG생건이 거래 재개를 결정한 것은 부진한 실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쿠팡과 갈등을 빚은 2019년 LG생건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시기다. 그러나 지난해 연매출이 18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4.9% 감소하며 6년 만에 1조원을 하회했다. 올해도 실적 둔화세는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303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2.5%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11.2%에서 8.7%로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e커머스 시장은 오프라인과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실적 회복이 시급한 만큼 e커머스 강자인 쿠팡을 배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LG생건의 거래 재개는 이른바 '반(反)쿠팡 연대'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생건 이외에도 CJ제일제당 등 주요 제조사가 공급가 갈등으로 쿠팡과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특히 CJ그룹의 경우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 갈등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소송과 무관하게 거래 재개를 위한 협상은 계속 진행돼 왔다.
LG생건 관계자는 “과거부터 거래 재개와 관련해서는 쿠팡 측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왔다”며 “다만 확정된 거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LG생건과 통상적인 수준의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