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던 지난 주말, 가족과 집 근처 반려동물 동반 카페를 찾아 커피 한 잔을 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뛰노는 모습을 보고있으니 사랑스러웠다. 만약 여러분도 이런 경험을 했다면, 아마 불법 카페에 다녀왔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반려동물과 함께 출입하는 카페는 규제 실증특례를 받은 5개 업체를 제외하면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카페에서 사랑하는 강아지를 위해 멍푸치노(강아지용 우유에 분말 사료를 얹은 제품)를 시켰다면 무허가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이미 인증을 받은 완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두 가지 제품을 섞어 제공할 경우 사료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소상공인 대다수가 이런 규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 제반 시설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사료제조업 허가없이 멍푸치노를 제공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600만 반려가구 시대에 반려동물과 함께 흔히 경험하고 있는 상황조차 불법의 경계를 넘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규제 뿐만 아니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애견, 음식, 세탁, 숙박, 배달 등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서 “이런 규제가 있었어? 이런게 왜 있지?”라고 하는 황당 규제, 숨은 규제 등이 다양한 형태로 기업활동의 제약을 넘어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있다.
이것이 바로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방식인 '규제뽀개기'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과거 규제개선을 위해 규제 기관과 기업 등 이해당사자간 논의는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해관계 등 다양한 이유로 규제 해결은 어려웠다. 국민도 체감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규제뽀개기'는 당사자간 문제를 넘어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국민 의견과 공감으로 규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도다. 규제의 실체를 국민에 알리고, 체감하게 함으로써 국민을 규제개혁의 주체로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활발한 기업활동을 제약하고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규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3가지 유형을 소개한다.
첫째, 규제가 일부 풀렸지만 핵심적 규제가 남아 사업화가 어려운 '팥 없는 찐빵'이다. 최근 사례로는 화장품 리필판매 매장(리필스테이션)이 있다. 리필스테이션이란 샴푸·린스, 바디워시 등 대용량 제품을 고객이 개인 용기를 가져가 리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으로 친환경 소비, 1인 가구 증가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화장품 제조 및 유통,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상주 의무가 있다. 기능성 화장품이 아닌 바디워시와 같이 쉽게 변질되지 않는 제품을 단순히 소분하는 매장에 조제관리사가 상주해야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과한 규제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 많은 전문가도 조제관리사를 상주시키는 것보다 제품의 변질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위생교육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의견이다. 다행히 식약처에서 지난 해 1월부터 샴푸 등 4개 제품에 대해, 전국 7곳 매장에서 조제관리사 배치 의무를 면제하는 실증을 진행 중이니 규제가 곧 개선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둘째, '그림의 떡'이다. 기술 발전으로 편리한 방식이 가능해졌음에도 기존 규율에 얽매이는 유형의 규제다. 새벽에 갑자기 아픈 데, 문 연 약국은 없고, 응급실 가기는 부담스러운 경험은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약사와 영상통화로 상담하고 일반의약품을 자동판매기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 '화상투약기'가 10여년 전에 개발되었으나, 여러가지 제약으로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
현재 평일 오후 10시부터 익일 6시까지, 일반의약품 11종에 한해 규제실증 특례가 진행 중이며, 심야시간에도 약 구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판매가능한 제품 종류와 시간이 제한적이고, 판매 시 의약품별 제조번호, 판매수량, 판매약사 등을 기록하는 등 강한 제약조건이 새로운 기술의 사업화를 막고 있어 추가적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어왔다.
세 번째, '맨땅에 헤딩'이다. 새로운 제품이 탄생했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기준과 규율이 없는 것이 오히려 규제가 되는 경우다. 현재 유럽, 미국 등에서는 환경보호, 시민안전 등을 위해 대도시 중심으로 물류 배송의 최종 단계에서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화물용 전기자전거 개발이 한창인 데, 도심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 제한, 아파트 단지 택배차 진입 제한으로 인한 택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물류 수단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기자전거 전체 중량을 30킬로그램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화물용 전기자전거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다보니, 승객용 자전거 규격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미국·영국 등 주요 국가는 별도 중량 제한이 없고, 독일이나 프랑스 등도 각각 300킬로그램 이하, 650킬로그램 이하로 규정하면서 보행자 안전을 위한 속도·출력 제한 위주로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인정하고 있다. 해외와 다른 기준으로 인해 국내 사업화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을 위한 실증도 해외에 나가서 해야 하는 규제 사례다.
규제는 이처럼 다양한 방식과 경로로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보다 편한 생활을 누릴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를 한올한올 풀어가는 방식은 너무 어렵고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기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제는 결코 풀리지 않는 매듭을 한칼에 끊어버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해결 방법처럼 일상 속 규제도 한방에 부수거나 '뽀개야' 한다.
'규제뽀개기'는 국민 공감의 힘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다. 규제뽀개기가 일상 속 불편을 해소하고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킬러규제를 제거해 규제혁신의 원동력이 되길 기대해본다.
〈필자〉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1973년생으로, 서울 삼성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행정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해 중기부에서 벤처진흥과장, 창업진흥과장, 기획재정담당관, 운영지원과장, 정책기획관, 창업진흥정책관, 글로벌성장정책관 등을 거쳤다. 모태펀드·팁스 등 중기부 핵심 정책 브랜드를 탄생시킨 성과와 창업·벤처 및 기획조정 분야의 높은 전문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오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