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보험·플랫폼 업계가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표준 API 개발을 일단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업계가 다음 달까지 설계도에 해당하는 '상세 명세서'를 도출하면 이를 평가한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보험·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손해보험협회를 중심으로 8월 중순까지 보험비교·추천플랫폼 표준 API 상세 명세서를 만든다. 상세 명세서는 소프트웨의 상호작용 방식을 정의하는 것으로 표준 API를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한 일종의 설계도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표준 API 관련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은 일단 상세명세서를 보고 판단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각사 보험상품을 플랫폼에서 한번에 전시하고 원스톱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등 주로 실손 보험 상품이 대상이다.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사업 중 하나로 내년 초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표준 API는 보험사가 공통으로 쓰는 API를 만들고 플랫폼 업체가 이를 이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각 사 개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손해보협회를 중심으로 보험업계가 금융위에 제안했다. 중소형 플랫폼들이 도입을 반대하지 않았지만, 빅테크가 우려를 표시했고 금융위도 연초로 예정한 서비스 개시 일정을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불발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최근 보험업계가 8월 중순까지 표준 API 상세 명세서를 내겠다는 입장을 내며 금융당국과 플랫폼 업계가 관망 자세로 돌아섰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초 손보업계가 맡겠다고 주장한 API 중계기관 제안은 백지화된 것 알려졌다.
플랫폼 업계는 중소형사와 대형사 모두 표준 API가 있으면 개발에 투입하는 일손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데 공감한다. 다만, 효과에 대한 기대는 엇갈린다.
카카오, 네이버, 토스 등 대형 플랫폼 의견을 종합하면, 이들은 표준 API 도입으로 대형 플랫폼 쏠림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용이 똑같은 서비스면 이용자를 많이 확보한 대형 플랫폼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제안을 수용한 것이 중소형 플랫폼 업체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플랫폼사 관계자는 “표준 API와 보험사 플랫폼 간 계약은 별개 문제”라면서 “API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이 중소형 플랫폼에 쉽게 상품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측면에서도 차별화 된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플랫폼이 표준 API를 바탕으로 똑같은 상품을 전시하면, 서비스 차별화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플랫폼 활동이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손보·생보협회가 제공하는 보험 다모아 서비스를 보면 한계가 뚜렷하다”면서 “표준 API 논의가 중심에 서면 혁신금융서비스라는 취지가 퇴색한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